[세풍-김수용] 복지 개혁, 진짜 과제는 올바른 재배분

입력 2026-09-16 05:0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사회보장제도에는 두 종류의 구멍이 있다. 받아야 할 사람이 누락(漏落)되는 구멍과 받을 필요 없는 사람이 편입(編入)되는 구멍이다. 전자는 복지 사각지대, 후자는 형평성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허점을 지적하며 '공정의 원칙'에 따른 전면 점검을 주문하자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긴급복지·기초생활보장·장기요양보험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구멍을 찾느냐가 아니라 찾은 뒤 어떻게 고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복지는 사고가 날 때마다 조금씩 넓혀졌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뒤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을 이용해 위기가구를 찾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2022년 수원 세 모녀가 제도권 밖에서 숨졌다. 이번에는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랐다. 복지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 가난을 입증하고 신청해야 움직인다.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제도에 접근하기 힘든 구조다. 반대로 구멍을 좁히는 과정도 있었다. 건강보험은 소득 있는 피부양자를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외국인 가입자 거주 요건도 강화했다. 외국인 퍼주기 논란에는 과장도 있었다. 2024년 재외국민을 뺀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9천439억원 흑자였다.

그런데 작은 구멍은 잘 보이고 큰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한 달 가입 후 119개월 추납(追納)' 논란을 전수조사했더니 실제 연금 수령자는 1명이었다. 악용 가능성은 당연히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적용제외·납부예외·장기체납 등으로 가입 기간조차 못 채우는 사람이 훨씬 많다. 보험료를 못 내는 청년과 저소득층 문제가 수십 년 뒤 노인빈곤으로 돌아온다. 구멍 하나 찾느라고 수백만 명의 공백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은 반대다. 지난해 706만6천 명이 24조9천억원을 받았다. 소득 하위 70% 수준을 맞추다 보니 노인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선정기준도 올라간다. 그런데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OECD 최고다. 많이 주는 것과 잘 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혜택을 늘려주는 개혁은 쉽다. 대상자를 넓히고 급여를 올리면 당장 이익을 얻는 사람이 분명하다. 반대로 낭비성 혜택을 줄이고 그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렵다. 기존 수급자에게는 그것이 '개혁'이 아니라 '삭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마다 복지 확대에 적극적이면서 만들어진 권리를 다시 따져 묻는 데는 소극적이다. 하후(下厚)는 쉽고 상박(上薄)은 어렵다. 복지 효율화가 예산 삭감과 동의어여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반대다. 덜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100원을 찾아 정말 곤란한 사람에게 100원을 더 주는 것이 효율화다. 누가 얼마를 받느냐만큼 누가 왜 못 받고 있는지를 함께 따져 고쳐야 한다. 국민연금·기초연금·건강보험을 제도별로 고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앞선 정부들도 복지제도 전수조사와 중복·누락 방지, 데이터 기반 성과평가를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마다 같은 점검이 반복된다면, 근거가 아니라 결단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일부 부정 수급 사례와 외국인 수급 요건 손보기에 그친다면 개혁을 빙자한 여론 무마일 뿐이다. 공정은 혜택의 문을 좁히는 게 아니다. 내야 할 사람이 내고, 받아야 할 사람이 받고, 필요가 줄어든 곳의 돈을 더 절박한 곳으로 과감히 옮겨야 한다. 복지 개혁의 진짜 과제는 돈을 얼마나 더 쓰느냐가 아니라 쓰고 있는 돈을 제대로 나눌 정치적 결단력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