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 피해자 보호, '자구 수정'만으로 넘어갈 문제인가

입력 2026-09-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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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15일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骨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후속 법안들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수사 주체에 관한 문구를 수정한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서 스스로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다시 그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의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를 감안해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사건 전부를 검사에게 넘기는 '전건 송치'를,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선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고, 이날 여당 주도로 후속 법안이 처리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된 검찰의 직접 수사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조치다. 그런데 이러한 중차대한 재편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세 개 법률의 후속 조치가 '자구(字句) 수정' 수준에서 처리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성매매, 인신매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확인과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정말 단어 몇 개 고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건 송치'나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 도입도 얼핏 보완 장치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보완수사권 폐지가 만들어낼 공백(空白)을 위원회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작동할 구체적 매뉴얼이나 인력, 예산이 제대로 마련됐는지도 알 수 없다. 경찰과 검사 사이에 사건이 오가는 동안 피해자가 진술을 반복하거나 대응이 지연되는 이른바 '사건 핑퐁' 우려는 이미 학계와 실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이런 우려에도 야당 없이 여당 단독 의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날 피해자 보호 공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이날 의사 일정이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고, 이번 법안은 앞선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이 제기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원장에게 법안 상정(上程)을 요청했다. 여당, 야당 모두 무책임하다. 일정을 합의했다는 것과 법안 내용까지 동의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익을 다루는 상임위에서조차 여야가 내용을 함께 만들지 못하면 피해는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의 방향을 되돌리기는 이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후속 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 처리와 시행령 마련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약자와 피해자 보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성평등위는 부대 의견(附帶意見)을 통해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 기간에 성범죄·인신매매 피해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또 개정안 시행 이후 전건 송치와 확인·면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