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100여일 만에 다시 직접 국민 앞에, 그리고 질문 앞에 서는 자리다. 지난 6월 8일엔 취임 1주년이라는 자축의 의미가 붙었지만, 이번엔 전혀 반대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번 회견에서 개혁 의지와 민생 최우선 국정 기조, 국민통합 메시지를 내고 주요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서 구사되는 키워드 하나, 문장 하나가 중요해진다.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원칙론적 설명은 내놨지만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확정하는 표현까지는 쓰지 않았고, 이번에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향후 공소취소 논란과 다시 연결될 수 있고, 부동산·호르무즈 파병·대미투자·여타 인사 문제까지 질문거리는 산적해 있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려세우려면, 이미 예상되는 현안별 해명만으로 충분할까. 결국 시선은 대통령이 회견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키워드나 담론을 꺼낼지에도 향한다.
그럼으로써 여론 흐름을 바꾼 전례가 있을까?
◆박근혜 '통일대박' 이후 53%→61%
대표적으로 떠올릴 만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4년 '통일대박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직무 긍정률(긍정 평가, 지지율)은 53%로 3주 전보다 5%포인트(p) 올랐다. 다만 갤럽은 철도파업 종료와 첫 기자회견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 구상을 구체화했고, 4월 첫째 주 긍정률은 61%까지 올랐다. 당시 외교·국제관계와 대북·안보정책이 긍정 평가 이유의 주요 항목이었다.
즉 '통일대박'이라는 문구 하나보다 새로운 국가 담론이 외교 행보와 정책으로 이어졌던 시기의 상승세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50%대에서 60%대로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중요한 엔진이 된 건 분명했다.
◆말보다 더 강했던 YS 금융실명제·文 판문점
더 강한 사례도 확인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12일 특별담화를 통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했다. 발표 순간부터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바꾼, 말과 정책 실행이 사실상 동시에 이뤄진 '충격요법'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직후 한국갤럽 조사 긍정률이 73%에서 83%로 10%p 뛰었다. 이 경우 역시 연설 한마디보다 이미 만들어진 외교 이벤트와 성과가 여론을 움직였다.
해외에서도 그런 사례가 꾸준히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전 수행 방향을 제시한 '베트남화' 연설을 한 후 갤럽 지지율이 56%에서 67%로 11%p 상승했다.
◆18일 李에게 필요한 건 '명언'보다 실체?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상황은 과거 사례들과 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지지율이 50%대였고, 김영삼·문재인 전 대통령 사례에는 금융실명제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사건이 붙어 있었다.
따라서 18일 회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화제가 될 '한마디' 자체보다 새로운 국정 의제가 제시되는지, 동시에 실행 가능한 정책인지 여부다. 과거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실제로 움직인 것은 명언보다 그 말을 현실로 만든 후속 행동이었다.
즉,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90분간의 기자회견 한 번에 온 힘을 쏟는 것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기자회견용 메시지와 실제 국정 변화의 차이를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챈다. 눈앞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땜질 처방'으로 비친다면 오히려 신뢰만 더 깎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