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38> 귀성(歸省),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살핀다"

입력 2026-09-18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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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명예교수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명예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명예교수

"안전한 추석 귀성길 위해 자동차 무상 점검…" 등등 추석(秋夕)이 되니 으레 '귀성'길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을 떠난 자는 누구나 제자리로 돌아가고픈 것이다. '멀리서,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이는 고향. 그곳엔 부모님이 살아 계시거나 묻혀, 정든 대지를 그리움의 열매로 품고 장승처럼 기다린다. 언제나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의 시간이 깔리고, 보랏빛 안감으로 짠 유년의 둥지가 포근한 곳.

귀성(歸省)은, "돌아갈(올) 귀, 살필 성"으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살핀다"라는 뜻이다. 지금은 남녀 구별하지 않고 모두 귀성으로 통일하나 과거에는 결혼한 여성이 시댁에서 친정을 방문할 때는 '귀녕(歸寧)'[『시경』 「주남」]이라 했다.

'녕(寧)'은 편안함[安]이다.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만" 친정을 방문하여 안부를 살피는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슬프게도 귀녕이 사라진다. 반면 귀성은 남자들이 고향의 부모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귀성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의 언어이다.

중국의 사서나 문집 등에는 관직에 있는 인물이 "부모가 노쇠하고 병환 중이라 잠시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라며 상급 기관에 휴가를 얻어 귀성을 빌고[乞] 청하는[請] 것이 관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컨대 "문유모병(聞有母病: 어머니께서 병이 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가귀성(受暇歸省: 휴가를 받아 어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오)다)"[이재, 『도암집』] 같은 형식이 있었다.

일찍이 통일신라시대 비문인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탑비」에서도 "거귀성이병수유(遽歸省而病隨愈: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뵈었더니 병이 곧 나았다)"는 구절을 본다. 최치원의 『고운집』을 비롯해 『고려사』, 『목은고(牧隱藁)』 등에 '귀성'이 자주 등장하는데 효(孝) 중시의 우리 문화에서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한편 귀성을 '귀향성친(歸鄕省親)' 혹은 '귀향성묘(歸鄕省墓)'의 약자로 보기도 하나 고향보다 '집'이 더 살가운지라 "귀가성친(歸家省親: 고향 집으로 돌아가(와) 부모의 안부를 묻다)"[ 『대송선화유사』・「원집」]의 줄인 말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아울러 귀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귀성행렬/열차'다. 이 말들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게 해방 이후라 보기도 하나, '아니다'. "귀성하는 학생 위해 학생열차 운전"(동아일보, 1937.7.7.) "학생군(群) 어제저녁에 귀성열차 쾌주(快走)"(동아일보, 1938.12.25.)처럼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음력 8월 15일 추석. 한 해 동안 지은 농사의 결실을 거두고 풍요에 감사하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절이다.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 둥실 뜬 풍경은 너무나 친숙하다. 막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차례를 올리는 것. 그리고 성묘하며 조상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것. 나아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정분을 다지는 기쁨만큼 소중한 일이 어디 있으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귀성의 힘은 지연과 혈연에 대한 체화된 그리움에서 나온다. "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 했다. 부모님이든 달님이든, 이날만은 '그리운 님' 찾아 천리만리 가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