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20명 중 1명 "친한 친구 없다"…10년 새 5배 급증

입력 2026-09-15 07: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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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PR 보고서, 잉글랜드 16~21세 친구 없는 비율 2014년 대비 5배…코로나·경제난·소셜미디어 복합 작용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잉글랜드의 16~21세 청년 가운데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10년 새 5배로 뛰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잉글랜드의 16~21세 청년 20명 중 1명이 친한 친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2014년 100명 중 1명에서 5배 급증한 수치다. 친한 친구가 3명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크게 줄었고, 14~15세 청소년 중 현재 우정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10년 전보다 감소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일상을 SNS에 공개하는 '외로움 인플루언서'가 영국 청년층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22세 테스 라반다의 유튜브 채널에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I don't have any friends)"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 한 달 만에 조회수 50만 회를 넘겼다. 인스타그램에는 '혼자 맞은 스물두 살', '런던에서 혼자 살기', '이번 여름 외로워도 괜찮아' 등의 제목으로 수십 편의 영상을 올렸고, 영상마다 수천 회 조회수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SNS에서는 '솔로맥싱(solomaxxing)', '외로움 인플루언서(loneliness influencer)', '친구 없는 감성(no friends aesthetic)' 등의 표현과 함께 혼자 보내는 일상을 담은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라반다는 처음부터 영상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계획이 없었다. 너무 외로워서 카메라를 켜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라반다는 "사람들이 마침내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다"며 "혼자 있는 것을 부끄럽고 잘못된 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그동안 아무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청년들의 인간관계가 약해진 배경으로는 소셜미디어, 코로나19 팬데믹, 경제적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거론된다.

영국의 아동·청소년 외로움 분야 권위자인 파멜라 퀄터 교수는 일상적인 가벼운 접촉이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퀄터 교수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나누는 사소한 대화가 크게 부족해졌다"며 재택근무 확산과 가처분소득 감소, 무료 또는 저렴한 모임 공간의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인과 짧은 인사를 나누는 '약한 연결(weak ties)'이 견고한 우정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되는데, 이런 기회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부담도 청년들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 청소년 단체 '유스 포커스 노스이스트'의 교육·개발 담당자 조디리 포스터는 일부 청년들이 학교 밖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한 교통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람이 많은 공간을 어려워하는 청년도 있다"며 "지금은 청년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다.

다만 친구가 적다고 해서 반드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퀄터 교수는 우정에 대한 기대 자체가 달라지고 있을 수 있다며, 친한 친구가 적은 사람도 현재 상황에 만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PPR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 같은 현상을 "외로운 세대"로 규정하며, 청년들의 낮은 자존감과 만성적 불안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와 공동체주의 약화, 무책임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이 청년 고립의 구조적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IPPR은 150명의 청년 인터뷰와 영국 국가사회연구센터의 공식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