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이탈리아를 양촌리로…"한국인의 가슴에 닿아야 '우리 오페라'"

입력 2026-09-21 18:25:21 수정 2026-09-21 18: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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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연출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서 '양촌리 러브 스캔들' 선보여
10년 넘게 이어온 무대…올해 한국어 번안으로 새롭게 관객 만나
"한국화는 목표 아닌 도구…오페라, 관객 설득할 만큼 '재미'있어야"
10월 23일 오후 7시 30분·24일 오후 3시, 아양아트센터 아양홀

정선영 예술감독. 대구오페라하우스
정선영 예술감독.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페라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무대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추밭에 평상이 놓여 있고, 한쪽에는 낫이 보인다. 시골 구멍가게와 담벼락 앞에는 웅크리고 있는 누렁이가 등장하고, 하늘에는 구름 모양 자막이 떠오른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토록 한국적인 무대 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탈리아 오페라'다.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오는 10월 2일 개막한다. 정통 오페라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다. 바로 '양촌리 러브 스캔들'이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1980년대 TV 드라마 '전원일기' 풍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양촌리 러브 스캔들'을 만든 정선영 예술감독은 성악을 전공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한 뒤 2010년부터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를 이끌며 서양 음악극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대구와의 인연도 깊다. 2012년 '카르멘'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으로 대구 무대에 섰다.

이번 축제에서 선보이는 '양촌리 러브 스캔들'은 2015년 초연됐다. 당시에는 이탈리아어로 공연했으나 10년 넘게 작품을 이어온 정 감독은 올해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전면 한국어 번안 공연을 선보였고,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는 초연을 거치며 다듬은 가사와 대사에 영어 자막까지 더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한국어로 바꾼 것은 단순히 외국 작품을 한국식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작의 본질을 한국 관객에게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작의 극적 의도와 음악적 구조, 성악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번안 작업에 2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번안할 때 첫째, 원작의 전체적인 극적 의도가 충분히 담기는가. 둘째, 원곡의 음향적 구조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가. 셋째, 배우와 관객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줄 수 있는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오페라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무대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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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무대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정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오페라'는 단순히 한국어를 쓰거나 한복을 입는 작품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진정한 한국 오페라는 그 작품의 본질이 한국인의 가슴속에 깊이 공감될 수 있는 오페라"라며 "반대로 서양적인 모습의 작품이라도 한국 관객에게 깊이 와닿는다면 우리의 오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화를 위한 한국화가 아니라 한국화가 가장 적절한 선택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도구여야 하며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구 공연에서는 익숙한 한국의 공간과 언어를 통해 관객이 오페라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할머니와 트레이닝복 차림의 인물, 밀짚모자를 쓴 김씨, 약장수 등이 등장하고, 오케스트라 피트에 숨어 관객의 시선을 대신하는 '염탐정'도 등장한다.

정 감독은 오페라가 관객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한국에서 오페라가 관객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오페라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웃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감정과 가치를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해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선보일 기회를 만들고, 기관이나 민간의 투자와 협업을 통해 한국 오페라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양촌리 러브 스캔들'은 10월 23일 오후 7시 30분과 24일 오후 3시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공연된다.

오페라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무대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