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리안갤러리 대구, 토모카즈 마츠야마 韓 첫 개인전

입력 2026-09-11 12: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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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 20여 년 거주한 일본 출신 작가
시·공간 무너뜨린 이미지 조합·재구성
"수많은 문화와 기억이 교차하는 뉴욕
하나의 정체성 아닌 '모두'를 화면에 중첩"

토모카즈 마츠야마, Answer Me Live, 2026,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254x188cm. 리안갤러리 제공
토모카즈 마츠야마, Answer Me Live, 2026,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254x188cm. 리안갤러리 제공
토모카즈 마츠야마, Cold Valley State Lines, 2025,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165x254cm. 리안갤러리 제공
토모카즈 마츠야마, Cold Valley State Lines, 2025,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165x254cm.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후대는 지금의 이 시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토모카즈 마츠야마의 회화가 어쩌면 힌트를 줄 수도 있을 듯하다. 그의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와 기억, 시각적 언어가 끊임 없이 교차하는 동시대의 복합성을 담고 있다.

캔버스 위에는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맥락과 동시대 시각문화에서 비롯된 여러 이미지가 중첩된다. 현대적인 패턴의 옷을 걸친 패션잡지 모델의 옆에 일본 에도시대 그림 속 꽃과 동물이 등장하고, 그 위로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에서 볼 법한 애니메이션적 요소가 얹어지기도 한다.

실내와 실외, 자연과 인공, 봄과 겨울, 밤과 낮, 열대 식물과 눈 등이 어우러진 그의 회화는 계절성과 시간성, 공간성을 모두 무너뜨리며 낯선 조합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불규칙한 형태의 캔버스 역시 회화의 일반적인 물리적 경계를 벗어나 하나의 조각이 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무엇으로도 정의하기 어려운 작가의 회화적 언어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그의 삶과 맞닿아있다.

그는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나 소피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2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아르세날레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패션브랜드 이세이미야케와 협업해 뉴욕 타임스퀘어의 모든 광고판을 그의 그림으로 채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로 작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수많은 문화와 가치관이 교차하고, 정체성을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뉴욕이었다"며 "그곳에서 머물며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우리가 다 갖고 있는 '컬렉티브 메모리', 즉 '전체의 기억'을 캔버스에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나는 유서 깊은 아시아와 짧은 역사 동안 다양한 얘기가 어우러진 미국, 두 가지 문화를 다 겪었기에 그 과정에서 느낀 다층적인 모티프를 하나의 회화적 공간에 재구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토모카즈 마츠야마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그가 처음부터 예술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스노보더 선수를 꿈꾸다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길을 접게 됐고, 이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좀 더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뉴욕의 미술 전문대학인 프랫 인스티튜트에 진학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배운 그래픽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제안하는 문제를 예술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았고, 창작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어느 날 브루클린의 공장가를 걷다가 우연히 그림을 그리던 분을 만났어요.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누구를 위해 그렸는지 물었더니 제 눈을 바라보며 '나를 위해서 그린다. 꼭 누구를 위해서 그려야하냐'고 하더군요. 포토샵과 같은 기술적인 예술 교육에 갇혀 있던 제게는 그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물감을 사서 회화로 제 목소리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그는 당시 작가의 삶을 시작하며 스스로에 대한 규칙을 세웠다. 역사 속에서 봐왔던 일반적인 작가가 되지 않겠다는 것과 모르는 부분은 더 배워나가겠다는 것, 그리고 너무 아시아 작가로만 비춰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작가는 "비엔날레 등을 다니면 아시아 작가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다. 항상 힘들고 어둡고, 서양 세계에서 살아남았다는 걸 증명해보이는 요소 등이다. 그런 부분을 공감하기 어려웠기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후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는 이동과 경쟁, 교류가 이뤄지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곳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쉽게 소속감을 허락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와 자리, 존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고, "그러한 분투는 긴장감과 모순,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을 형성했으며 언제나 작업과 분리된 적이 없었"다.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Homing In Dedicated'는 토모카즈 마츠야마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그는 "정서적·문화적 고향인 아시아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나 향수가 아니라, 오히려 나만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어준 장소에 대한 헌신과 연결감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미지와 문화가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시대에 마츠야마의 회화는 동시대 삶이 지닌 시각적 밀도를 끌어오는 동시에, 문화적 기억과 삶의 경험이 어떻게 공존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탐구한다"며 "그의 작품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계 속에서 정체성과 소속, 문화적 유산에 대한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