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해 대구대 교수 '한반도 100년 항해의 나침반' 3부작 완결
시민 캠페인부터 DMZ 중립회랑까지… '평화의 계단' 5단계 구상 제안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과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반도의 미래를 '중립'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김성해 대구대학교 교수가 펴낸 '중립은 힘이 세다'는 중립을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지로 살펴본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어디에서 왔고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 어떤 좌표를 향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책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중립은 현실성이 없다'는 인식부터 들여다본다. 중립국과 중립공간, 중립외교 등의 개념과 범위를 구분하고 역사적 사례를 통해 중립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한다.
한반도에서 중립을 둘러싼 논의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저자는 구한말 외세의 각축 속에서 제기됐던 조선 중립화론부터 청일전쟁 직전 일본이 내놓은 조선반도 중립화 구상,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소련에서 제기된 한반도 중립화 아이디어 등을 짚는다. 남한과 미국, 북한으로 나눠 한반도를 둘러싼 중립 논의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왜 현실화되지 못했는지도 살핀다.
책의 핵심은 한반도 중립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평화의 계단' 프로젝트다.
저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 계단은 정부가 아닌 시민이 중립을 논의하고 상상하는 '중립 캠페인'이다. 두 번째 '중립 외교'에서는 현재의 외교·안보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한 외교적 변화를 제시한다.
세 번째는 'DMZ 중립회랑'이다. 파나마운하의 중립지대 모델을 비무장지대(DMZ)에 적용해 남북 사이에 새로운 중립공간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네 번째 '다자간 안보체제'에서는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를 기존 방식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마지막 '중립지대 한반도'는 반드시 하나의 통일국가를 만들지 않더라도 남북이 각각 주권을 유지하면서 상당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이른바 '코리아연합국' 형태로 중립의 길을 모색하는 구상이다.
저자는 지금이 중립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패권이 저물고 다자주의가 등장하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천시(天時)', 한국의 경제·군사·문화적 성장과 협력국 확대를 '지리(地利)', 전쟁과 독재 등을 극복하며 쌓은 민주주의의 힘을 '인화(人和)'로 설명한다.
'중립은 힘이 세다'는 김 교수가 진행해온 '한반도 100년 항해의 나침반' 3부작을 마무리하는 책이기도 하다. '벌거벗은 한미동맹'이 문제 제기편이었다면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는 배경 심화연구편, 이번 책은 그에 대한 대안 제시편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현재 대구대에서 미디어와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을 거쳐 대학에 자리 잡았으며 '지식 패권Ⅰ·Ⅱ', '천사 미국과 악마 북한', '벌거벗은 한미동맹',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 등을 펴냈다.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기존의 외교·안보 인식에서 벗어나 '중립도 한반도의 전략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중립을 막연한 이상론이 아닌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한반도에서 검토할 수 있는 현실적 평화전략으로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