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익숙한 말 돼버린 'TK패싱'

입력 2026-09-16 13: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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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사회부장

이주형 사회부장
이주형 사회부장

요즘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패싱'이라는 말은 참으로 익숙하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대구경북(TK)의 이름이 빠질 때마다,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TK패싱'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비 예산에서도 그렇고, 굵직한 국가사업에서도 그렇다. 이제는 중앙정부의 발표를 볼 때마다 '이번에는 TK가 들어갔나'부터 확인해야 할 정도다.

최근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서도 경북대가 빠졌다. 지방거점국립대 가운데서도 경북대는 오랜 역사와 국립대 중 상위권 연구 역량을 갖춘 대학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하면서 경북대는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경북대 안팎은 물론 지역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대구시장도, 경북대 총장도 중앙정부의 문턱이 닳도록 오갔다.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뛰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주요 정책이 발표될 때면 TK의 이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정부가 모든 정책에서 지역을 안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기준으로 사업을 선정할 수도 있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결과가 반복될 때다. 한두 번의 탈락이라면 경쟁에서 밀렸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정책마다 TK가 빠지는 일이 계속된다면 지역민들은 '혹시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TK신공항 문제는 대표적이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신공항 건설을 위해 대구시는 재정과 사업성을 놓고 사방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역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면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는 대통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대구경북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의 미래를 걸고 추진해온 통합 논의가 국회 문턱에서 지연되는 사이 광주전남을 둘러싼 지역 발전 논의에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이 잘되는 것이 배 아픈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럽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그렇다. 정부는 지역 간 나눠먹기식 선정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욱 명확한 기준과 결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북대가 왜 제외됐는지, 어떤 부분에서 경쟁 대학보다 부족했는지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국비 예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역대급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한다고 해도 지역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관련 재원을 만들면서 특정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TK패싱 논란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민들이 중앙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지역주의는 다시 강해진다. '우리가 어느 당을 지지하든 결국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쌓이면 정권에 대한 지역의 신뢰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언젠가는 바뀐다. 지금의 여당이 언제까지 집권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훗날 정권이 다시 바뀌었을 때 보수정권이 광주전남을 향해 'GJ패싱'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TK패싱'이라는 말이 더 이상 지역의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