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로봇 생태계 구축…TK 부품업계 공급망 진입 기대

입력 2026-09-02 15: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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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미에 휴머노이드 양산·데이터 인프라 구축
에스엘 수주·화신정공 공급 후보…실증·판로 지원은 과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 무대가 완제품 개발을 넘어 핵심 부품과 데이터, 양산 인프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구미에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과 데이터 학습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투자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대구경북(TK) 자동차부품 기업들도 정밀가공·조립 기술을 활용한 로봇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이 보유한 자동차·전자·기계산업 기반이 피지컬 AI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 구미서 로봇 생산·데이터 학습 잇는다

삼성전자는 구미를 로봇·인공지능(AI) 제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구미에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기반과 로봇 데이터팩토리, 삼성SDS의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로봇 하드웨어 생산과 실제 작업 데이터 수집, AI 모델 학습을 한 지역에서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데이터팩토리는 휴머노이드가 제조현장에서 수행할 동작과 작업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시키는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두뇌 역할을 맡고, 양산시설이 이를 적용한 로봇 생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구미는 단순한 로봇 조립공장을 넘어 생산과 데이터, AI 인프라가 결합된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구미에는 삼성전자 사업장을 중심으로 전자·기계 부품업체와 숙련된 제조 인력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대구와 경북 남부권의 자동차부품 공급망까지 연계할 경우 센서와 구동부, 정밀가공 부품, 모듈 조립 등 로봇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의 투자 규모와 세부 일정, 지역기업의 공급망 참여 방식이 향후 지역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에스엘은 수주 성과…화신정공도 공급망 후보

대기업의 투자 확대는 TK 자동차부품 기업의 로봇 공급망 진입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에스엘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양산하는 다목적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의 일부 부품과 전체 모듈 조립을 수주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에도 다리 모듈 등 로보틱스 제품을 공급한다. 자동차부품 생산에서 축적한 설계·가공·조립과 품질관리 역량을 로봇 분야로 확장한 사례다.

경북 영천의 화신정공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공급망 후보로 거론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부품 조달 관계자들은 지난 6월 화신정공 사업장을 찾아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공급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신정공은 알루미늄을 활용한 자동차 경량화 부품과 정밀가공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2023년 6월부터 현대모비스에 모듈 부품을 직접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 대상 매출은 약 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385억원보다 늘었다. 최근 기계장비와 정밀 장비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기존 기술을 로봇 부품에 적용할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다만 아틀라스용 부품 공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제 입찰 참여 여부와 공급 품목이 구체화돼야 한다.

◆지역기업 "실증·판로·전문인력 지원 필요"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의 로봇 진출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난 26일 진흥원에서 대구시, 대구테크노파크(TP), 지역 자동차부품기업 대표·관계자들과 자동차부품기업의 로봇사업 진출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확산으로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부품기업이 정밀가공·조립 등 기존 기술력을 활용해 로봇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 기업들은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서 기술과 제품의 성능을 입증할 실증 기회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신규 판로 개척과 시장 정보 확보, 연구개발(R&D) 및 전문 기술인력 연계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진흥원은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규제 개선부터 기술 실증, 국내외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의 로봇기업과 잠재 수요기업을 찾는 현장 소통도 확대한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로봇 산업이 성장하려면 완제품 기업뿐 아니라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대기업과 앵커기업이 구체적인 수요 계획을 제시하면 부품기업의 양산 투자를 끌어내고 산업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