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녀동수사회 반대합니다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6-09-02 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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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국회의장과 남인순·박덕흠 국회부의장이 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어울림 오찬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식 국회의장과 남인순·박덕흠 국회부의장이 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어울림 오찬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여성 국회의원 여럿이 한 데 모여 '남녀동수사회'라고 적힌 표어를 나눠 들고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남녀동수사회란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와 책임, 권력을 남녀가 반반씩 나눠가진 사회를 뜻한다. 이를 보고 같은 여성으로서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여성이라는 명찰 하나로 무언가를 받아내야 한다는 논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단언컨대 인위적인 여성 할당은 여성 인권 신장이 아니라 여성 역량과 인권을 스스로 추락 시키는 독이다.

여성 할당제의 가장 큰 비극은 여성 할당제가 여성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밤새 실력을 다지고 경쟁을 뚫어낸 수많은 여성이 이미 현장에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할당은 그들의 실력이 '할당 몫' '숫자 채우기용'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스스로 입증해 온 여성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그 가치를 가장 모욕적으로 깎아내린다.

건강한 사회의 근간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배지는 성별로 지분을 나누는 공공재가 아니다. 유권자가 바라는 사람은 당장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줄 '일 잘하는 사람'이다. 성별이 공천과 선출의 최우선 기준이 되는 순간 국민 선택권은 오염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어울림 오찬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숙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어울림 오찬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정치인'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전체의 삶을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기만적이다. 정치 철학과 비전은 성별이 아닌 경험과 능력에서 나온다. 그동안 할당제로 정계에 진출한 일부 여성 정치인이 과연 평범한 여성의 고충을 제대로 대변해 왔는가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싶다면 의석수라는 숫자에 집착할 게 아니라 여성이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넘어 자유롭게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부터 정비해야 한다. 당장 현장만 가 봐도 각 지역 여성위원회가 당 행사 음식 준비나 수발 같은 전형적인 '주부'의 일을 도맡아서 한다. 이런 고정적인 성 역할부터 바로잡고 후진적인 공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게 맞다. 출발선의 후진성을 개선하는 게 먼저다. 결승선에서 비율을 맞추겠다고 번호표를 임의 배정하는 건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난 여자다. 여자가 여성 할당제를 비판하는 건 부담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여성 할당제라는 특별한 울타리를 고집하는 순간 나 스스로 약자 프레임에 갇히게 되며 내가 흘린 땀과 성과마저 폄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공정하게 승부를 겨뤄야 할 주체적 인격다. 인위적인 할당제에 기대지 말고 당당히 실력으로 승부해 선택 받을 때 진정한 여성 인권 향상과 사회적 존중이 완성될 것이다.

김혜지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김혜지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김혜지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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