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7개 권역 유사 산업 중복…국비·기업 유치 경쟁 우려
대경권 내부 나눠먹기도 변수…"시·도 경계 넘는 통합체계 필요"
정부가 '5극3특 국가균형성장'의 권역별 성장엔진을 확정했지만 반도체와 모빌리티 등 유사 산업이 여러 권역에 중복 배치되면서 차별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대경권은 다른 권역과의 경쟁뿐 아니라 대구·경북 내부의 사업 나눠먹기를 막을 공동 실행체계를 만드는 것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비수도권 7개 권역의 성장엔진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대경권에는 미래모빌리티 부품과 첨단 AI 로봇, 반도체 첨단 소재·부품, 이차전지 핵심 소재·자원순환 등 4개 산업이 선정됐다.
권역별 성장엔진을 들여다보면 유사·중복 분야가 적지 않다. 반도체를 주요 성장엔진으로 내세운 권역은 중부권과 서남권, 대경권, 강원 등 4곳이다. 모빌리티도 중부권과 서남권, 대경권, 동남권의 주요 성장엔진에 포함됐다. 배터리는 중부권과 대경권, 로봇은 대경권과 전북에서 각각 독립적인 성장엔진으로 선정됐으며 AI 관련 기술과 품목은 모든 권역에 반영됐다.
정부는 산업 간 중복을 최대한 조정하고 가치사슬을 연계해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의 경우 중부권은 메모리·디스플레이와 첨단패키징, 서남권은 AI용 메모리 생산과 첨단패키징 등 혁신제조, 대경권은 핵심 소재·장비부품과 시스템반도체 설계, 강원은 특수반도체·세라믹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향후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와 국비 확보를 위해 사업 범위를 넓히면 유사 사업과 중복투자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5+2 광역경제권'을 포함한 초광역권 정책에서도 지자체 간 협력 부족과 사업 중복이 한계로 지적됐다. 국토연구원은 기존 초광역권 정책에 대해 행정구역 중심의 권역 설정과 지자체별 예산 확보 경쟁이 유사 사업과 중복투자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다른 권역과의 산업 중복보다 대경권 내부의 나눠먹기를 더욱 경계했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였지만 행정과 기업지원 체계는 여전히 시·도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김현덕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은 "산업 공급망과 산업벨트를 기준으로 시·도 경계를 넘어 정책을 설계한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구와 경북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면 결국 나눠먹기가 되거나 어느 한쪽이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국장급 상시 협의체와 사업 집행기관 간 공동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중규 경북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이차전지는 경북, 로봇은 대구라는 식으로 산업과 세부 사업을 갈라서는 안 된다"며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지원기관이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대경권 전체 기업을 지원하도록 처음부터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