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가입자 구하러 탑골공원까지"…신한투자증권 '슈퍼SOL 영업' 민낯

입력 2026-08-27 11: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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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별 가입 실적 경쟁 치열…본업 제쳐두고 가입자 찾아 나서
'승진 영향' 내부 설 확산…개인 KPI 아니라지만 직원 부담 가중
"단순 숫자 채우기 몰두"…가입자 늘어도 플랫폼 경쟁력은 의문

신한투자증권 사옥.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사옥.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의 통합 금융 플랫폼 '신한 슈퍼SOL' 가입자 확보 경쟁이 사내 곳곳으로 번지면서 과열된 영업 행태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출신 모교를 찾아가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거나 놀이공원에서 가입을 권유하다 제지당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탑골공원에서 사례비를 지급하며 가입자를 모집했다는 이야기까지 내부에서 나오면서 과도한 영업 방식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다.

당초 그룹 차원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캠페인이었지만, 가입 실적을 둘러싼 부서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영업과 무관한 직원들까지 신규 가입자를 찾아 나서는 상황이다. 특히 내부에서는 슈퍼SOL 실적이 인사나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면서 직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최근 슈퍼SOL과 신한은행 계좌를 통해 증권 거래가 가능한 'SOL LINK(쏠링크)' 가입 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부서별로 슈퍼SOL 가입 목표를 제시한 뒤 이후 이를 점수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SOL 가입은 1점, SOL LINK는 0.5점으로 환산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개인별 공식 핵심성과지표(KPI)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부서나 팀 단위로 실적이 관리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개인 실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슈퍼SOL을 통해 SOL LINK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 고객을 신한투자증권의 증권 거래로 유입시키고 그룹 내 계열사 간 고객 연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이력이 있는 고객은 신규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직원들이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외부 영업에 나서는 상황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 계열사의 공식 이벤트에서는 2018년 3월 이후 신한은행 SOL뱅크 앱 설치 및 로그인 이력이 없는 고객을 신규 가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원정 영업'까지 등장했다.

한 신한투자증권 직원은 "본인의 모교에 직접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권유하는 직원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놀이공원에서 가입자를 찾다가 현장에서 제지당했다는 사례도 내부에서 공유됐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탑골공원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사례비를 주면서 가입을 부탁했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라며 "어떻게든 신규 가입자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갖가지 방법이 공유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가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직원들이 부서 목표를 맞추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경쟁이 개인 차원을 넘어 부서 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의 시선을 모으는 이유다. 각 부서가 맡은 목표를 채우기 위해 실적을 비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직원은 "어느 부서가 얼마나 가입자를 확보했는지를 서로 신경 쓰는 분위기가 생기다 보니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라며 "본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앱 가입자를 몇 명 더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특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내부에서는 슈퍼SOL 실적이 향후 승진 등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역시 앞서 슈퍼SOL 가입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승진이 어렵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회사가 개인별 KPI나 인사평가 연계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목표를 달성한 부서와 직원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직원들이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이 같은 내부 분위기에 대해 과도한 영업 압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면 전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 활동"이라며 "전 그룹사가 한 방향으로 목표를 잡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목표가 내려오면 그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지, 과도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단순한 '전사 캠페인'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IB·리서치·채권·컴플라이언스를 비롯한 본사 관리·비영업부서까지 앱 가입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이 외부로 나가 가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슈퍼SOL 가입자 확대에 힘을 싣는 이유는 분명하다. 슈퍼SOL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그룹 주요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원 앱' 전략의 핵심이다. 신한투자증권 입장에서도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유입시키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SOL LINK는 신한은행 계좌의 자금을 별도의 이체 없이 주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인 만큼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력은 단순히 가입자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들이 가족이나 지인, 외부에서 어렵게 찾아온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가입자가 실제 앱 이용과 증권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외형적인 가입자 수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이런 방식의 가입자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어떻게든 신규 가입자를 만들어 숫자를 채우는 것과 고객이 편의성을 실제로 느끼고 앱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단기간으로는 가입자 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슈퍼SOL 자체가 아니라 '숫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전사적인 홍보와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이 본업을 내려놓고 신규 가입자를 찾아다니는 상황이 반복되면 오히려 조직의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플랫폼본부장은 "플랫폼은 결국 고객이 자발적으로 계속 사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라며 "직원이 가입자를 한 명 데려오는 것보다 그 고객이 실제로 앱을 이용하고 증권 거래나 다른 금융서비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