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7개월 만에 연속 인상…사상 첫 '인상 재개 직후 백투백'
올해 성장률 전망 2.6→3.3% 상향…한미 금리차 0.75%p로 축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올렸다.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린 것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차례 연속 인상한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특히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직후 곧바로 다음 회의에서도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속 인상 자체도 2007년 7∼8월 2회, 2021년 11월∼2022년 1월 2회, 2022년 4월∼2023년 1월 7회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금통위는 앞서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등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모두 1.00%p 내리며 경기 부양에 무게를 뒀다.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 등이 잇따르면서 통화 완화 필요성이 커졌다.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지켜보며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동결했다.
그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고 중동 정세 여파로 물가 불안이 커지자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과 인상 전망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금통위는 탄탄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다시 금리를 올렸다.
물가 흐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브렌트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 초반대에서 지난 4월 120달러대까지 치솟은 뒤 최근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높아졌고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3%대를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한은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6%로, 2023년 12월 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내 경제 성장세는 예상보다 강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크게 반등했고, 2분기에도 0.6%를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교역조건 개선과 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회복 등이 성장을 뒷받침했다. 올해 1∼6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천억달러에 육박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이날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p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21년 5월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4.0%로 1.0%p 높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향 조정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2.9%로 올렸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기저효과를 극복하고 높은 성장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강한 성장세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소득 증가가 소비 여력을 확대하면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었다. 1988년 1분기 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도 줄어들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점차 안정되는지를 지켜보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 3.00%로 올라서면서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기존 1.00%p에서 0.75%p로 축소됐다. 2022년 11월 0.75%p에서 같은 해 12월 1.25%p로 벌어진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작은 격차다.
금리차 축소가 원화 강세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은은 최근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초 장중 1,560원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8일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고, 이달 19일에는 1,400원 선을 밑돌았다. 지난 24일에는 장중 1,376.5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9월 17일 1,375.7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취약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포괄적 가계부채를 뜻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천19조8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천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시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56%로, 같은 달 기준 2016년 0.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연간 이자 부담도 약 1조5천억원 증가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 연속 인상의 효과를 지켜본 뒤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중간 단계에 있다는 전망이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