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김보미 작곡가…"'대구 품은 시 노래' 따뜻한 위로 됐으면…"

입력 2026-08-12 15: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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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작곡가가 대구 동구 효목동
김보미 작곡가가 대구 동구 효목동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8월 '대구의 시혼(詩魂) 인물을 노래하다'(4·11·18·25일, 아트팩토리 청춘), 7월 '시, 노래로 피어나다'(17일,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5월 '달성시향(達城詩響)-고택에 머물다'(2일, 달성군 육신사 금수관)….

최근 대구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를 가곡으로 풀어내 주목받는 작곡가가 있다.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대표인 김보미(44) 작곡가다. 그는 일반적인 클래식 가곡과는 조금은 다른, 감성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북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2022년 우연히 SNS에서 본 영아츠컴퍼니 주최 창작가곡 공모전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역 시인들과 꾸준히 협업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동구 효목동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연습실에서 김보미 작곡가를 만났다.

-영아츠컴퍼니의 창작가곡 공모전이 본격적인 창작활동의 시작점이다. 대학 졸업 후 10년이 훨씬 넘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작곡과를 나왔지만,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교회 반주자로 활동했을 정도로 피아노 연주 경력이 꽤 된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엔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주회 반주자로 활동했다. 그렇다고 작업을 아예 놓진 않았다. 틈틈이 작·편곡 작업을 했다.

곡을 쓰는 작업에 있어선 대중성 있는 음악이 적성에 맞았다. 곡 작업이 즐겁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 음악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겠다는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창작가곡 공모전 공고를 보게 된 거다. '이거다!' 싶었다.

한 명을 뽑는 공모전에서 당선이 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곡가들과 함께,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을 무대에 올릴 기회가 주어졌다. 대중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게 됐고, 함께한 작곡가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창작가곡으로 공연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대구 동구 효목동
대구 동구 효목동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연습실 벽면에 붙어 있는 지난 공연 포스터. 김도훈 기자

-공연 기획은 낮선 분야였다. 그런 생각을 현실에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서울 공연을 마친 직후부터 공연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시인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문학계 쪽엔 아는 분이 전혀 없었기에 은사님과 주변 분들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소개 받는 분이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지낸 문무학 시인이었다.

문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출연료는 많이 못 드리지만 대표님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을 감동시킬 자신은 있다고 말씀드렸다. 감사하게도 문 대표님은 이름 없는 작곡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이후 문 대표님의 시를 받아 곡을 만들었고, 그해 12월 '문무학 시인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란 부제로 창작가곡 공연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문 대표님과 협업으로 만든 첫 가곡 '발자국'은 제 음악 여정의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시인들과 함께한 공연이 지난 3년 8개월 동안 12차례 이어졌다. 이달 말까지 예정된 공연을 포함하면 14회에 접어든다.

▶좋아해주시는 관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곡은 시에 곡을 붙인 성악곡으로, 클래식 음악의 한 분야란 점에서 대중들에겐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 일반 관객들이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공연도 시인이 직접 출연해 작품 창작 배경을 소개하고, 음악가들이 노래와 연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런 부분들이 만족스러웠는지 첫 공연에서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주셨다. 문 대표님도 많이 좋아하셨고, 한 번 더 공연을 하자는 제안까지 해주셨다.

이듬해 다시 공연을 올렸고, 이후 문 대표님 등을 통해 많은 시인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김용락, 윤일현 등 지역의 여러 문인과 협업해 곡을 만들고 시 음악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창작음악연구소 봄은'이라는 예술단체를 꾸리게 된 것도 이 공연을 보다 잘 만들고 꾸준히 이어가고픈 마음에서였다. 현재 저를 포함해 작곡가 2명, 연주자 8명, 기획자 1명이 활동한다. 올해 대구시로부터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았다.

김보미 작곡가가 대구 동구 효목동
김보미 작곡가가 대구 동구 효목동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연습실에서 지역 시인들과 함께한 공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자체 기획공연 외에도 지역 공연장의 기획프로그램 참여도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진행한 '윤동주와 타고르의 시와 삶과 노래' 공연은 소규모 로비음악회인데도 200명에 가까운 관객이 모였다.

▶당초엔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를 기념하는 음악회로 꾸밀 계획이었다. 그런데 6.25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해 전사한 뒤 수성구에 묻힌 인도인 우니 나야 대령의 유족이 대구를 방문해 예정된 로비음악회를 참관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게 됐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유족들에게 선물이 될 만한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사회를 맡은 김용락 시인께 우니 나야 대령을 주제로 씨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에 인도를 대표하는 시인 타고르의 시를 한 편 골라 이 두 편의 시에 곡을 붙였다. 공연에 감동하고 감사를 표하며 울먹이던 우니 나야 대령의 유족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제게도 예술인으로서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든, 깊은 울림을 준 공연으로 남아 있다.

-시 음악 콘서트 외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2023년 달성문화도시센터 주관사업인 '달성을 노래하다' 공연의 전국 작곡 및 연주를 맡았고, 같은 해 열린 제61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개회식 주제공연의 작곡을 맡았다. 그밖에 몇몇 지역 창작뮤지컬 곡 작업을 했다. 매년 평균 40편 안팎의 곡을 쓰는 것 같다.

올해는 봉산문화회관이 제작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신들의 밤' 곡 작업을 했다. 대구 서문시장 '금달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6월 '리딩 쇼케이스' 공연을 마쳤다. 다음 달엔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두 차례 본 공연이 예정돼 있다. '리딩 쇼케이스' 공연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4일 대구 아트팩토리 청춘에서
지난 4일 대구 아트팩토리 청춘에서 '대구의 시혼(詩魂) 인물을 노래하다' 공연을 마친 뒤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보미 작곡가 제공

-대다수 곡 작업의 소재나 주제가 모두 대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부터 어떤 큰 뜻을 품고 시작한 건 아니다. 대구의 시인과 협업해, 제가 좋아하는 창작가곡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작업을 거듭하며 한 분 한 분 시인을 만나게 되면서 지역에 훌륭한 시인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분들의 작품을 곡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됐다.

이렇게 지역 시인들과 협업하며 대구에서 활동하다보니, 감사하게도 지역 창작뮤지컬에 작곡가로 참여할 기회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람도 크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계획은 없나.

▶먼 미래를 계획하는 성향은 아니다보니, 우선은 올해 계획된 일을 잘 진행하자 정도가 계획이 될 듯하다. 시와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곡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레퍼토리를 좀 넓혀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타 장르와의 협업 같은 거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국악 전공으로 대학원을 갈까 고민했을 정도로 국악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 악기나 소리가 주는 특별한 감흥이 있다. 국악 연주자들을 가끔씩 만나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어떤 형식의 곡이 됐건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어땠냐고 물었을 때, 자연스레 눈물 글썽이며 "너무 좋았다"고 답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김보미 작곡가는 작곡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수성아트피아 공연 모습. 본인 제공
김보미 작곡가는 작곡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수성아트피아 공연 모습.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