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22일(현지 시간) 민간 원자력 협정(일명 '123 협정') 및 양자 안전보장 조치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 기업의 원전 프로그램 참여, 고임금 일자리 창출, 글로벌 비확산 기준 보강 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 밝혔다.
향후 미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으나, 이는 단순한 양자 간 에너지 거래를 넘어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과 글로벌 원전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중대한 분기점(分岐點)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기시해 온 미국의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원칙이 자국 우선주의와 중동 내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현실주의적 안보 이해관계에 밀려 흔들리는 단면이다.
이번 협정은 한국 외교에 매우 엄중하고도 명확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은 원전 1기조차 없는 사우디에 원전 연료 생산을 명분으로 우라늄 농축의 길을 열어줬다. 반면 한국은 원전 26기를 가동하며 수십 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을 철저히 준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모범국이자 기술 보유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 설명 자료(팩트 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명문 규정이 담겼지만, 실적적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후속 협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자급은 물론, 핵추진잠수함 운용과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조속한 개정이 필수적이다.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협정은 한국에 실리적 원전 수출 확대와 외교적 지평(地平) 확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우라늄 저농축 권한 확보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한미 간 협업 틀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 원전 시장 진출 시 단순 시공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