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Broker)'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아 대신 상행위나 매개를 하고 수수료를 받는 상인'이다. 계약이나 거래가 이뤄지도록 중간에서 주선하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중개인(仲介人)이다. 어원은 앵글로-프렌치 '브로코르(brocour)'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설에 따르면 포도주 통에 구멍을 내 소량으로 되팔던 상인을 가리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부족한 이들 사이를 연결하고 거래의 마찰을 줄여 주는 '유용한 중개인'을 의미하게 됐다. 이 브로커가 대한민국 정치와 만나 '법과 절차의 우회로'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 2기 내각 인선이 브로커 논란으로 난리다. 후보 자질보다 브로커 양모 씨의 인맥(人脈) 구설이 더 화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을 시작으로 최재성, 송영길, 한병도 등 여당 전·현직 인사들의 이름이 튀어나올 때마다 정치권은 초긴장이다. '얘기하면 움직여 줄 분들'이라는 녹취로 순식간에 '민주당 오빠들'이 됐다. 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브로커 한 명의 인간관계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물론 거론된 정치인들은 우연히 마주친 인연일 뿐이라거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과장된 허풍이라는 등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브로커가 잘 먹히는 이유는 시스템보다 '줄'이, 합법적 절차보다 '비공식 핫라인'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해 준다는 왜곡(歪曲)된 믿음 때문이다. 국회의원 전화 한 통이 인허가나 승인 도장을 몇 달이나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 시스템이 촘촘해질수록 합법적 절차는 더 느리고 힘들게 느껴지는데 브로커를 통하면 '급행열차'를 탄 것 같으니 그 유혹이 달콤할 수밖에 없다.
브로커 문제는 그 한 사람을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인허가권과 정치권력 사이에 뚫린 구멍을 메우지 않는 한 브로커는 없어질 수 없는 구조다. 양 씨 이전엔 명태균이 있었고, 윤상림·최규선 등 원조 격 브로커를 비롯해, 그들은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지금도 드러나지 않을 뿐 수많은 정치 브로커들이 암암리(暗暗裡)에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이 식약처 심사 일정을 바꿀 수 있다고 다들 믿는 한 국가라는 술통에 구멍을 내는 브로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