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2020년 택배기사 노조와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이 지난 5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에는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CJ대한통운)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사이에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 CJ대한통운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고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반발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1월 CJ대한통운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며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2024년 1월 선고된 서울고법의 2심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상고심이 진행되는 사이 법적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사실상 CJ대한통운 사건의 1·2심 판단과 유사한 취지를 법률에 반영한 셈이다.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의 사안에는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할 수 없으며,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전합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1986년 판례를 유지하면서,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단체교섭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동조합법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CJ대한통운 사건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합 법리에 따라 원고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해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전합 판결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