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에 고점 대비 30% 하락
외국기업 최대 규모 미 ADR 상장에 시장 관심 집중
상장 앞두고 9일 주가 9% 급등 중…주가 추이 주목
올해 상반기 4배 넘게 폭등했던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주가가 고점 대비 넘게 30%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인데요. 이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10일(현지시각) 나스닥에 상장하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쏠립니다. 시장은 이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 반도체 조정장의 흐름을 바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정규장에서 5.68% 하락 마감한 SK하이닉스는 애프터마켓에서 8.00% 하락하며 202만5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한때 198만4000원까지 밀리며 200만원대를 내줬습니다. 잘나가던 주가는 이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인데요. 지난달 사상 최고가(298만7000원·6월25일)를 기록한 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ADR는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겨두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예탁증서입니다.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 계좌를 열고 환전하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달러로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인 셈입니다.
이번 상장은 SK하이닉스 보통주 1주를 ADR 10주로 나누는 구조입니다. 상장 물량은 보통주 기준 1779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 규모는 280억달러(약 39조원)에 이릅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210억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비(非)미국 기업 ADR 상장입니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팹 건설 등 시설투자에 전액 투입할 계획입니다.
수요는 이미 뜨겁습니다. 지난 6일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기관투자자 약 1000곳이 참여했고, 수요예측에서는 여러 배 초과 청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베일리 기포드, 코투 매니지먼트 등 대형 투자사 3곳은 최대 70억달러 매수 의향을 밝혔습니다. 공모가는 9일 오후(현지시각) 확정됩니다.
시장이 ADR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 확대와 저평가 해소 기대입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도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이유로 미국 반도체주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에 불과해 고성장주보다 저평가 가치주에 가깝다고 짚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국내 본주와 미국 ADR 사이의 가격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입니다. 미국에서 ADR 수요가 강해 본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면 헤지펀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본주를 사서 예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ADR로 전환해 미국에서 파는 거래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본주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1997년 ADR을 상장한 대만 TSMC는 ADR이 이달 대만 본주보다 평균 16% 높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아예 국내 상장 주식을 팔고 ADR을 사라고 권고했습니다. 새로 발행되는 ADR이 헤지펀드 등 기관 입장에서 보유·운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UBS는 한국 상장주를 투자 대상에 두지 않던 글로벌 펀드매니저들도 ADR을 통해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프리미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기대까지 더해집니다. 순자산 688억달러 규모의 대형 반도체 ETF 'SMH'는 오는 9월 종목 변경 때 SK하이닉스 ADR을 편입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편입이 확정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따라 들어오는 만큼 ADR 수요는 한층 두터워집니다.
ADR로 쏠리는 기대는 외환시장까지 흔들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30원 가까이 급락하며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SK하이닉스가 ADR로 조달한 달러를 국내 시설 투자를 위해 원화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달러 매도·원화 매수 물량이 미리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환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AI 피크아웃 부담 속 ADR 상장, 주가 끌어올릴까
다만 ADR 상장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입니다. 상장을 앞두고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달 들어 17% 하락하면서 6월 말 290억달러로 예상됐던 상장 규모도 280억달러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메모리 업황 정점론도 부담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발표한 날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메타플랫폼이 남는 AI 연산 자원을 외부에 임대하는 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은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과잉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에 연동된 130억달러 규모의 2배 레버리지 ETF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ETF가 일일 목표 배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기계적 매매를 유발해 주가 출렁임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상장 직후 차익실현 매물에 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ADR 첫날 종가와 프리미엄 수준은 주말을 지나 13일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다만 ADR 상장 기대감 속에 SK하이닉스의 전일 급락세를 상당부분 빠르게 되돌림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19분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8.87% 급등한 225만8000원에 거래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상장 첫날 ADR 프리미엄과 본주와의 가격 차이, 외국인 매수세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버블론에 대한 우려와 SK하이닉스 ADR의 나스닥 상장이 흥행할 것이라는 기대감 사이에서 투자 심리가 갈팡질팡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