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하반기 증시]이지환 대표 "韓 증시 체질 바뀌고 있다…AI 장세 내년 1분기까지"

입력 2026-07-09 11: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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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적, 반도체 재평가 이끌어…"PBR 끝나고 PER 시대"
"AI 상승장, 닷컴 버블 아닌 PC·인터넷 혁명 초기와 유사"
"내년 1분기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강세 지속될 것"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 홍승빈 기자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 홍승빈 기자

최근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단기간에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쏠림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는 최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시장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 시장은 단순한 반도체 랠리가 아니라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는 과정으로, 지난 20여 년간 통했던 투자 공식으로는 현재 장세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최근과 같은 AI 장세가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반도체 강세, 단순 업황 호조 넘어…"추가 수요 이어질 가능성↑"

이지환 대표는 올해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극단적인 쏠림'을 꼽았다. AI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가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예상보다 훨씬 크게 끌어올리면서 시장 전체 자금이 소수 종목으로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올해 시장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락한 종목이 더 많았고, 코스피가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은 부진했다"라며 투자자 대부분은 상승을 체감하지 못한 장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폭발적인 수준까지는 시장도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동안 가장 큰 수혜 산업은 결국 반도체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반도체 강세를 단순한 업황 호조가 아니라 '시장 평가 방식이 달라진 결과'로 해석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제품 수요에 따라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경기민감 업종으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주가도 자산가치(PBR) 중심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확대 이후 고객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바뀌면서 시장의 시각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시장(B2C)이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공급 구조가 바뀌면서 실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수익성(PER)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는 이제 PBR이 아니라 PER로 평가받는 산업이 되고 있다"라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도 실적을 고려하면 아직 고평가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 최근 AI 랠리를 2000년 닷컴 버블에 빗대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실체 없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PC와 인터넷이 처음 등장해 산업 구조를 바꿨던 시기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 역시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현재는 대규모 학습(Training) 중심 투자에서 추론(Inference) 중심 투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며, AI가 로봇과 모바일 기기 등으로 확산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려면 추가적인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학습 단계가 끝나면 AI 투자도 끝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본격적인 AI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시기까지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내년 1분기까지는 반도체 중심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과 같은 국내 증시 내 '반도체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수가 추가 상승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부 종목에 상승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오히려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 홍승빈 기자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 홍승빈 기자

◆ "순환매 장세 당분간 나오기 어려워…코스닥 펀더멘털 개선 선제 돼야"

하반기 투자 아이디어로는 메모리 반도체와 미국 전력 인프라를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설비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력 공급망 구축이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어 변압기와 전력 솔루션 기업들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미국 시장에 장비를 공급하는 전력기기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코스닥과 제약·바이오 업종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많은 투자자가 언젠가는 코스닥 차례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최근 금융 환경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금리 사이클상 코스닥이 강세를 보일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제약·바이오주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둔 경험이 남아 있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들 종목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강했던 업종인 만큼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흔했던 순환매 장세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예전에는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돌면서 물려 있던 종목도 결국 차례가 왔지만, 지금은 가는 종목만 계속 가는 시장"이라며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많이 오르고 코스닥이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코스닥이나 제약·바이오로 이동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AI 장세가 꺾일 경우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기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 조정을 받는 수준이라면 다른 업종이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AI 사이클 자체가 꺾인다면 다른 업종 역시 자유롭기 어렵다"라며 "그때는 대체 업종을 찾기보다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로 외국인 수급 구조를 꼽았다. 상반기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음에도 증시가 강세를 이어간 것은 과거와 다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외국인이 수조 원만 팔아도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지금은 100조 원이 넘는 외국인 매도에도 전체 지수가 급등했다"라며 "외국인 수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고 본다"라며 "산업 중심 시장에서 금융자본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인 만큼 과거 경험만으로 시장을 판단하면 오히려 투자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례로 수년간 국공채에만 투자한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두 자릿수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기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금융 환경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해선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의 코스닥 정책은 대부분 펀더멘털 개선 없이 수급만 늘리는 방식이었다"라며 "이런 정책은 외국인에게 차익 실현 기회만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추진되는 코스닥 ETF 확대에 대해서도 "코스닥은 개별 종목 장세인데 ETF로 묶으면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라며 "ETF 확대보다 상장과 퇴출 제도를 미국 나스닥처럼 효율적으로 개선해 시장의 옥석가리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