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고점 대비 29% 급락…상투 잡힌 개미들 '환불 밈' 봇물

입력 2026-07-09 1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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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님, 애아빠가 화 많이 났어요"…숭배 밈이 환불 밈으로 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튜브 캡쳐

SK하이닉스 주가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 대비 28.9% 하락하면서 고점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경배하던 '숭배 밈'이 이제는 "애아빠가 화 많이 났어요"라는 '환불 밈'으로 뒤바뀌었다. 웃음 뒤에 실제 손실이 쌓인 개미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18일 사상 최초로 9000선을 돌파해 9063.84를 기록했는데, 이는 8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34일(22거래일) 만이었다. 이날 상승장을 이끈 주인공은 단연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6.51% 오른 26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285만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 주가의 고공 행진 속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각종 밈이 넘쳐났다. SK하이닉스 주주는 주가 상승의 기쁨을,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개미들은 아쉬움을 패러디 형식으로 표현했다.

노희경 작가의 책 제목을 패러디해 '지금 하이닉스 없는 자, 모두 유죄'라는 표지를 만들어 현재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아쉬움을 표현했고,

거리의 대형 전광판 앞에서 사람들이 최태원 회장 사진에 90도로 인사하는 합성 이미지도 빠르게 퍼졌다.

당시 SK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노무라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높이기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자 '포모(FOMO·상승 소외 공포)'에 사로잡힌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추격 매수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국내 개인투자자 10명 중 3명은 최근 한 달 사이에 신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을 통해 SK하이닉스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는 결제일 기준 총 36만9353명이며 이들의 평균 보유 기간은 4개월로 집계됐다. 이 중 보유 기간이 1개월 이하인 투자자 비중이 29%로 가장 많았다.

SK하이닉스 보유 1개월 이하인 신규 투자자의 약 65%가 사상 최고점 부근에서 주식을 매수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상투를 잡은 셈이다.

SK하이닉스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이 181.65%임에도 불구하고 손실 투자자 비율은 19%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델 겸 유튜버 아옳이는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했다가 고점에 물렸다고 밝히며 3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그대로 공개했다.

방송인 미자의 사연은 더 화제가 됐다.

미자는 한 팬이 주식 매수 후 상황을 묻자 1주 270만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 주가 화면을 캡처한 후 "이렇게 뜬 거 보고 그냥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화면에는 주가가 장중 270만원대를 기록한 시점이 담겼고, 이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인간 고점 판독기'라는 반응이 등장했다. 이에 미자는 주가가 290만원대까지 반등했을 당시 "이제 나 때문에 떨어졌다는 말은 하지 말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앞서 미자는 약 1억원 규모의 주식 손실을 경험한 사실을 밝힌 뒤 SK하이닉스 매수에 나섰다.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지난달 26일부터 260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8일 현재 210만원 선까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환호했던 '최태원 숭배 밈'은 "회장님 환불해 주세요", "애아빠가 화 많이 났어요"라는 처절한 웃음의 '환불 밈'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최고가 대비 23.4%, SK하이닉스는 28.9% 하락하면서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계좌에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6월 24일 폭락 당시 신용거래융자로 매수한 물량이 대규모로 반대매매(강제 청산)되면서 주가 하락을 더욱 가속화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고점 논란과 함께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한다. 이란과 미국 간 충돌 가능성이 부각되며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초 17만원대에서 1년 반 만에 약 16배 뛰었고, 올해 들어서만 32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총 1위 등극, 시가총액 2000조원 돌파, 사상 최고가 달성이라는 이정표가 한꺼번에 이뤄지자 고점에서 이익을 확정하려는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의 환호에 휩쓸린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시장 평균 목표 주가에서 최소 20~30%의 안전마진을 확보한 가격대에서 분할 매수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분할 매수의 중요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통계"라며 "개인투자자는 가용 자금이 한정적인 만큼 변동성이 높을 때는 '풀베팅'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계속 우상향하며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진이나 실적 증가율 같은 지표들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실적은 탄탄해도 증가율 정점이 주가의 고비라는 분석이다. '환불 밈'이 웃음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깊은 상처로 남을지는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