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통지 없었다" VS "없어도 된다" 공정위-쿠팡 '현장조사 논란' 확산

입력 2026-08-26 18:18:25 수정 2026-08-26 1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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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통지 없는 현장조사 요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거듭 "현장조사에 사전통지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당에선 공정위가 이번 논란의 핵심인 대규모유통업법(이하 대유법) 위반 현장 조사도 사전통지 없이 실시할 수 있도록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다만 학계에서는 그동안 행정당국의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가 논란이 일었던 만큼 "법률에 명시된 사전통지 없이 예외사항인 불시조사가 일상화되는 것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공정위 "현행법상 사전통지 없이 현장조사 가능"…여당은 "법 개정해야"

공정위는 26일 "대유법 위반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조사 7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조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행정조사기본법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를 예외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유법이 공정거래법의 조사 관련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측은 "만약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대유법 위반 조사는 사전 통지 예외 규정(증거인멸 등)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군사기밀·외교·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및 하도급법 등 여러 법에 대해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대유법(2011년 제정)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쿠팡은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사전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행정조사기본법에서 현장조사 7일 전까지 조사 목적·일시·내용 등에 대한 통지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공정위가 위반했다는 것이다. 쿠팡측은 "(행정기관의) 현장조사 7일 전에 사전 통지해야 하는 법상 의무는 조사 대상자의 권익과 권리를 보장하는 적법한 절차"라고 했다. 쿠팡의 소송 움직임에 공정위는 현장철수를 철수했다.

하지만 이날 여당은 행정조사기본법의 '현장조사 전 사전통지' 예외 명단에 대유법과 대리점법, 소비자기본법 등 5개 법률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대유법은 공정거래법의 '조사 관련 규정'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 규정엔 현장 조사 전 사전통지의 필요 여부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조사기본법엔 대유법이 적용 법률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원칙적으로 피조사업체에 사전통지해야 하는 법률인 것이 맞다"며 "여당의 개정안 추진은 법에 정확히 적용 법률로 명시되지 않은 법은 현장조사 전 사전통지 의무를 져야 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현장조사 사전 통지' 법 제정 20여년…"법 준수 여부 대한 논의 확대돼야"

'현장조사 전 사전통지' 문제는 쿠팡과 공정위의 '힘겨루기'를 넘어 기업에 대한 방어권 논란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피조사업체에 현장조사 등을 개시하기 전 7일 전 사전통지해야 하는 행정조사기본법은 지난 2007년 5월 제정됐지만, '원칙'보다 '예외'가 보편화됐다는 지적이 커져왔다. 올해 2월 한국규제법학회 신진학자 공동 학술대회에서 라기원 박사는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7일 전 서면 통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초엔 '사전 통지 생략이 위법하다'는 행정심판기관 판단도 나왔다. 지난 2월 조세심판원은 A법인의 세무조사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희박함에도 사전통지 없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세금 고지를 취소했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 조사 15일 전의 조사 대상 세목, 조사기간과 사유 등을 통지해야 하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세심판원은 "세무조사에 앞서 청구법인에게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세무조사 사전통지 제외 사유인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측도 올해 1월부터 여러 차례에 거친 현장조사로 공정위의 방대한 자료 제출 요청을 준수하는 등 각종 요청에 성실하게 응한 상황에서, 돌연 이번 현장조사 요청이 사전 통지 예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행정기관의 법 준수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증거 인멸이라는 예외 조항을 관행적으로 넓게 적용해 불시 조사를 일상화한다면 법이 명시한 원칙과 예외의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에 예외 사유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