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흘러도 잊지 말아야"…대구보훈병원 베트남전 사진기록전

입력 2026-07-05 15: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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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참전용사들 기록 입체적으로 공개
일반 방문객부터 의료진들도 발걸음 멈추고 관람
7월 셋째 주까지 개최…"역사교육의 장으로 될 것"

지난 1일 대구보훈병원에서 개최된
지난 1일 대구보훈병원에서 개최된 '베트남전쟁 참전 상이군경회원 사진기록전'. 이곳에서 만난 이판진(77) 씨가 전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지난 1일 찾은 대구보훈병원 2층 복도는 잠시 60여년 전 베트남 전장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복도를 따라 세워진 44개의 전시보드에는 군복을 입은 젊은 장병들의 모습이 빼곡히 담겼다. 출정을 앞둔 순간부터 치열한 작전 현장, 전우들과 함께한 일상 등 당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 212장이 전시됐다.

전장 속에서 부상을 입고 이곳 병원 생활을 이어가는 참전용사들은 사진을 바라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1967년부터 3년 가까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이판진(77) 씨도 한 사진 앞에서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 속에는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전우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분대장이었던 그는 8명의 분대원 가운데 5명을 전장에서 잃었다.

이 씨는 "형제보다 더 가까웠던 분대원들이었고 지켜주지 못한 것만 같아 죄책감이 여전히 크다. 가슴 아픈 과거지만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역사"라며 "이런 기록이 사진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전장의 기록이 반세기를 넘어 국민 앞에 공개됐다. 대구보훈병원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참전 상이군경회원 사진기록전'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베트남전의 역사를 미래세대에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 보훈병원을 순회하며 진행되고있는 이번 사진기록전은 대구보훈병원에서는 7월 셋째 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이후 부산보훈병원으로 옮겨 전시가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전은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202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보훈문화 사업이다. 전국 시·도지부 참전용사들이 소장한 베트남전 사진을 수집하고, 역사성과 기록 가치 등을 검토해 전시작을 선정했다.

'베트남전쟁 참전 상이군경회원 사진기록전'이 개최되는 모습. 대구보훈병원 2층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7월 셋째 주까지 이어진다. 임재환 기자

이번 전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베트남전 그날의 진솔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작전 훈련과 전우애, 환송, 훈장 수여 등 9개 주제로 구성됐다. 단순히 사진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정부터 귀환까지 참전용사들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보훈병원을 찾은 일반 방문객들은 물론 간호사 등 의료진들도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하나씩 살펴봤다. 오래된 흑백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모은 채 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전은 세대 간에 단절된 역사를 잇기도 했다. 입원 중인 조부모를 뵈러 온 10~20대들 역시 전시보드에 담긴 안내 문구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사진전이라는 매개로 인해 멀게만 느껴졌던 베트남전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방문객 A(40대) 씨는 "월남전이 참혹했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전해 들었는데, 이렇게 생생한 사진들을 보니 나라의 부름을 받고 참전했던 분들께 존경심이 든다"며 "세월이 흘러도 전장에서 희생한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이군경회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참전용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국민에게는 베트남전 역사와 보훈정신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진기록전은 참전용사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보훈문화 사업"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