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무엇을 거래하는가.
흔히 광고는 메시지를 파는 일이라 말한다. 브랜드를 판다고도 한다. 그러나 13년간 광고 현장에 있어 보니, 광고가 진짜 사고파는 것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의 하루는 24시간이다. 누구도 더 가질 수 없다. 그 한정된 시간 안에서 광고인은 단 몇 초의 주목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튜브 영상 시작 3초,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는 1.5초, 신호 대기 중 힐끗 쳐다보는 옥외광고의 2초. 광고는 그 짧은 순간을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시간을 사고 나면, 그 시간만큼의 값어치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걸 잊은 광고가 너무 많다.
콘텐츠 과잉으로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끄는 형태의 광고가 흔한 요즘이다. 호기심에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후 사람들은 생각한다.
'뭐야 사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후킹만 잘했네. 나의 1분이 아깝다...'
좋은 광고는 다르다. 좋은 광고는 시간을 선물한다. 보는 사람의 30초가 아깝지 않도록, 무언가를 남긴다. 웃음을 남기거나, 생각을 남기거나, 정보를 남긴다. 어떤 광고는 보고 난 뒤 친구에게 보내고 싶어진다. 어떤 광고는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 맴돈다. 그런 광고는 시간을 빼앗은 게 아니라, 시간 위에 무언가를 얹어준 광고다.
인공지능이 대세인 요즘 후킹의 요소는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을 만들 때, 릴스 콘텐츠를 기획할 때, 초반 3초 동안 어떤 후킹 요소를 보여줘야 시청 시간이 증가할지 추천해 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 1회성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절대 1회성으로 끝나면 안 된다. 1년 바짝 하고 그만할 사업이 아니라면 3년 후, 5년 후 모습까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을 떠올려 보자.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브랜드인가? 아니면 시간을 이겨내며 자신들의 매력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달한 브랜드일까? 1회성 콘텐츠로 유명해진 브랜드인가? 똑같은 메시지를 지루하리만큼 반복해오고 있는 브랜드인가? 고민의 답은 너무 쉽다.
광고주를 만나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어떻게든 노출만 많이 시켜주세요."
노출은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다는 뜻이다. 빼앗은 시간만큼 돌려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 노출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아먹는다. 보는 사람들은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태도를 읽는다. 시간을 함부로 다루는 브랜드는, 사람을 함부로 다루는 브랜드로 기억된다.
광고가 가장 두려운 순간이 있다. 내가 만든 광고를 본 사람이 "내 시간 돌려줘"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특히 국가 기관의 광고를 할 때 "내 세금이 저런 광고를 만드는 데 쓰이다니..."라는 악플만큼이나 아픈 말이다. 그 두 마디만큼 광고인을 부끄럽게 하는 말도 없다. 반대로 가장 보람된 순간도 있다.
"네가 만든 광고, 울림이 있더라"는 한마디.
그 한마디로 3개월 동안 광고 캠페인을 준비한 피로가 싹 가신다.
광고는 결국 시간을 사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이것이 광고를 만드는 모든 사람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다. 메시지보다도, 디자인보다도, 매체 전략보다도 먼저.
인생은 짧고 소비자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그래서 광고는 늘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