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항공권 허술한 검증에 과업지시서 변경까지… 교육탐방 계약 곳곳 허점
최저가보다 학생 안전·교육 효과 우선해야… 전문업체 검증 시스템 강화 필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다. 가격만 좇다 보면 정작 중요한 품질을 놓칠 수 있다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세금을 아껴야 하는 공공기관 계약에서 가격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의 안전, 배움을 위한 국내외 탐방이라면 가격만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최근 경북교육청과 일선 교육지원청의 탐방·연수 사업을 취재하면서 업체 선정 과정의 적지 않은 허점이 확인됐다. 문제의 핵심은 최저가 경쟁 자체보다 가격을 우선하면서 숙박과 항공권, 프로그램 등 과업지시서에 명시한 핵심 조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숙박시설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업은 과업지시서에 '4성급 이상 호텔'처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하지만 온라인 예약사이트에 잘못 표시된 등급을 근거로 실제 2~3성급 수준의 호텔을 4성급으로 제시해 입찰에 참여한 사례도 확인됐다. 제대로 된 숙박시설을 확보한 업체보다 낮은 등급의 숙소를 제시한 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는 구조다.
해외 탐방에서는 항공권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전체 일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데도 항공사가 발행한 실제 예약내역 대신 여행사가 자체 양식으로 만든 '예약확인서'가 제출된 사례가 있었다. 낙찰 전 좌석을 확보하면 취소 수수료 부담이 생기자 항공편만 조회한 뒤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다.
부작용도 현실로 나타났다. 몇 해 전 경북교육청이 추진한 해외연수에서는 현지 국내선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해 교사들이 직접 항공권을 결제했고, 중국의 한 탐방에서는 국내선 문제로 학생과 교사들이 10시간 넘게 기차로 이동하는 일도 있었다.
과업지시서가 업체 선정 이후 달라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취재한 독도·울릉도 탐방은 숙박시설에 구체적인 조건을 뒀지만 최저가로 우선순위 업체가 결정된 뒤 조건에 맞는 숙소를 확보하지 못하자 대체 숙소로 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과업지시서는 승인된 일정과 내용을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업체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 제재를 받은 여행업체 관계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여행업을 다시 등록해 교육기관 입찰에 참여하거나 실제 사무실 없이 공장부지 등에 주소지만 두고 경쟁에 뛰어든 사례도 확인됐다. 서류상 입찰 자격과 학생 수십 명을 국내외에서 안전하게 인솔할 능력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교육여행은 일반 관광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학생 안전관리부터 교육기관 섭외, 체험 프로그램 구성, 돌발상황 대응까지 전문성이 필요하다. 해외 어느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누구를 만나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가격만 앞세우면 교육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준비한 업체보다 관광지 위주의 저가 일정을 제시한 업체가 유리해지는 역설이 생긴다.
잘하는 전문업체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업체가 실제 능력을 갖췄는지 객관적으로 가려내고 사업 수행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이제는 경북교육청이 탐방·연수 계약 시스템을 손볼 때다. 숙박등급과 항공권 확보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하고 업체의 실질 운영자와 사무실, 전문인력, 수행실적까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적 목적이 큰 사업은 가격보다 프로그램과 안전, 수행능력을 중시하는 평가방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산을 아끼는 것은 행정의 책임이다. 그러나 교육탐방의 목적은 가장 싼 여행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비용은 줄일 수 있어도 교사와 아이들의 안전, 배움의 질까지 깎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