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형준] 한국 정치 불변의 법칙

입력 2026-08-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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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민주당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의 핵심 변수는 전당대회의 승패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 이후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어떤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느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와 무관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집권 2년 차는 위험한 전환점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약속은 성과로 검증받기 시작하고, 국민은 더 이상 비전이나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를 묻는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 피로감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 방식과 소통 문제를 둘러싸고 집권 초반과는 다른 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대통령의 정치는 필연적으로 '기대의 정치'에서 '성과의 정치'로 이동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바로 그 전환점에 서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변화는 '기대와 현실의 충돌'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안정과 증시 폭락에 연임 개헌 논란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이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제임스 데이비스의 J-커브 이론에 따르면, 국민의 기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현실의 성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불만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민심이 폭발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조지 마커스의 감정정치 이론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유권자는 경제적 이해관계만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희망과 불안이라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기존 정치적 선택을 재검토한다. 기대가 클 때 국민은 정부에 시간을 준다. 그러나 주거·물가·고용과 같은 삶의 영역에서 불안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희망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충성은 의심으로, 기대는 평가로 바뀐다. 현재의 민심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이재명 정부의 안정성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친명 김민석 후보가 당선되어 당이 대통령의 정책을 무조건 추인하는 구조로 인식된다면 민심과 권력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진다. 반대로 반명 정청래 후보가 당선되어 당이 지나치게 독자 노선을 걷는다면 집권 세력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고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다.

사무엘 헌팅턴은 민주주의의 안정은 권력 집중이 아니라 제도의 성숙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할수록 오히려 국회, 정당, 사법부, 언론 등 다양한 제도와의 균형과 협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반대로 선출 권력 우위론에 도취되어 독단과 배제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한계다. 한국 정치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첫째, 민심을 역행하는 정부는 실패한다.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도 국민의 삶에 피해를 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는 정작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정책만 골라서 집행하면서 민심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처사다.

둘째,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위한 공적 권력의 사유화는 정부 실패로 가는 출발점이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공소기각 요건을 확대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을 통째로 지우기 위해 피해자를 울리는 악법에 서명했다"고 맹비난했다. 셋째,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의 반복적 실패는 정부 통치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정권 교체로 간다. 가령 공급에 대한 충분한 해법 없이 수요 억제와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는 현 정부의 단선적 발상은 정책 역량의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레버리지 ETF 승인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수십조원의 피해를 끼치며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전락시킨 것은 정책 무능의 극치다.

이재명 정부에 '필연적 실패'의 빨간불이 이미 켜졌다. 정부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대통령이 민심보다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심을 무시하는 권력은 결국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