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점식 미술에세이 전집
정점식 지음/ 아트무빙 펴냄
한국 근현대미술 추상화 1세대 작가인 극재 정점식(1917~2009) 화백의 미술에세이를 집대성한 전집 네 권이 출간됐다.
'반드시 이겨낸다'는 뜻의 자호(自號) '극재(克哉)'처럼, 그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모던아트협회, 신상회, 창작미협, 신조회 등에서 활동하며 1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경북문화상과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고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돼 회고전을 갖기도 했다.
또한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창설을 이끌고 다진 교육자로서 평생 후학 양성에 힘쓰며,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와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를 기려, 사후 유족 측의 도솔문화원과 대구미술관이 공동으로 '정점식미술이론상'을 2022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선정, 시상해오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네 권의 전집은 정 화백이 생전에 펴낸 '아트로포스의 가위'(1983), '현실과 허상'(1985), '선택의 지혜'(1993), '화가의 수적'(2002)과 지난해 아트무빙이 그의 글을 모아 펴낸 선집 '삶의 평형과 예술', '예술의 밀어'를 바탕으로 한다.
전집 1~3권은 미술에 대한 단상과 교육 관련 글, 사회문화적 시평(時評) 작품론, 전시 서문 등을 중심으로 짧고 긴 글을 밀도 있게 배치했으며, 전집 4권은 논고 중심으로 기존 저작과 미수록 원고, 선집 수록 글을 아울러 새롭게 구성했다.
각 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1권 '아트로포스의 가위'는 예술과 인간, 사회와 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며 삶의 태도와 가치, 시대 속에서 존재 의미를 성찰한 글들이 담겼다. 2권 '현실과 허상'은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성찰하며 창작의 본질과 결단의 의미를 탐구하는 한편,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내는 문화적 과제를 함께 조명한다.
이어 3권 '선택의 지혜'는 일상적 성찰에서 출발해 사회적 갈등과 인간성의 문제를 짚고, 한국미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예술의 태도와 본질을 고찰한다.
4권 '예술과 평형'은 미술이론가이자 비평가로서 면모가 두드러진, 호흡 긴 글들이 중심이다. 서양미술의 수용 속에서 형성된 한국 근대회화의 흐름을 되짚고, 대중문화와 기술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예술의 의미를 탐색한다. 나아가 삶과 균형을 이루는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톺아본다.
전집은 작가이자 교육자, 비평가, 에세이스트로서 정 화백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관이자 예술관, 비평적 시선의 집약으로,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과 작가로서의 고민이 밀도 있게 담겨있다. 일부 글에서는 사회적 단면을 포착한 시평적 성격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깊은 사색에서 길어올린 문장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빛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책은 그가 어떤 문제의식으로 작업에 임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사유의 근원을 가늠하고 예술세계에 보다 깊이 접근하는 통로로 역할한다.
이번 전집은 정 화백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과 시대적 맥락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다. 책을 통해 그의 글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과 통찰을 던지며, 해석과 사유를 확장시킴을 알 수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연도 및 명칭 오류를 바로잡고 도판을 컬러로 수록했다. 또한 동서양 예술가의 생몰연도를 병기하고 보충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각 ▷전집 1, 340쪽, 2만4천원 ▷전집 2, 280쪽, 2만2천원 ▷전집 3, 328쪽, 2만4천원 ▷전집 4, 320쪽, 2만4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