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미국 언론에 '텍사스의 기적(Texas Miracle)'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올해 500대 기업 명단에선 텍사스에 본사를 둔 기업이 57개로 집계됐다. 석유, 목장, 카우보이를 떠올리게 했던 텍사스가 캘리포니아(56개)를 제치고 미국 1위에 올라선 것이다. 텍사스 기업들의 매출은 2조8천억달러에 달한다. 20~30년 전만 해도 미국의 미래는 캘리포니아였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메타가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성지(聖地)였다. 텍사스는 석유,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산업에 강한 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유가 폭락 당시 지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며 '석유 경제'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혁신도시 캘리포니아에 있던 테슬라가 텍사스 오스틴으로 떠났고, 오라클과 셰브런이 뒤따랐다. 창업은 실리콘밸리에서, 경영은 텍사스에서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텍사스에는 주(州)소득세가 없고,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세금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세금의 승리'라는 표현도 쓰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텍사스는 원래부터 규제가 비교적 단순했고 기업 활동에 우호적이었다. 오히려 달라진 것은 캘리포니아였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규제는 늘어났다. 최근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억만장자세'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벗은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강조했다. 기업이 두려워하는 것은 높은 세금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다. 물론 캘리포니아 경제 규모는 여전히 일본을 넘어 세계 4위 수준으로 평가될 만큼 크다. 인공지능(AI) 혁명 중심지도 실리콘밸리다. 엔비디아, 애플, 구글의 영향력은 건재(健在)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본사를 옮기는 것은 비용과 규제, 예측 가능성의 균형이 달라져서다. 삼성전자도 뉴저지에 있는 미국 법인 본사를 올해 텍사스 플레이노로 옮긴다. 지역의 흥망도, 국가의 미래도 결국 기업의 투자에 달려 있다. 기업은 세금이 낮은 곳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미래를 찾아간다. 국가 경쟁력은 기업이 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치·경제 환경과 인적·물적 지원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