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0회>발본색원(拔本塞源), "뿌리를 뽑고 원천을 막는다"

입력 2026-07-24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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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중앙선관위의 문제점 '발본색원'해야 할 때…".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나라에서 어떻게 투표용지 부족이? 참담하다. 2030 젊은이들이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의 잠실 올림픽 공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를 외쳐댄다. 이참에 패악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추악한 짓거리의 근원을 틀어막아야 한다.

발본색원(拔本塞源)은, "뽑을 발, 뿌리 본, 막을 색, 물 근원 원"으로 (좋지 않은 일의) 뿌리를 뽑고, (문제가 생기는) 원천을 막는다는 뜻이다. 발(拔)은 '나무를 양손으로 잡아 뽑는 것'을, 본(本)은 '나무의 뿌리'를, 색(塞)은 '적이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꽉 막아놓은 구축물(=요새)'을, 원(源)은 '물의 근원(=水源)'을 말한다. 다만 '원(源)' 자가 아닌 '근원 원(原)' 자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의미엔 별 차이가 없다. 발본색원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사자성어이다.

'발본색원'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하나는 부정적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 의미이다. 현재 통용되는 것은 후자이다.

먼저, 부정적인 의미로, '근원 원(原)' 자를 쓴 경우이다. 이것은 춘추 시대 말기 노나라의 역사가 좌구명(左丘明)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9년」 조에서다. 『춘추좌씨전』은 줄여서 『좌전』이라고도 하는데, 공자의 편찬이라 전하는 역사서 『춘추(春秋)』의 대표적인 주석서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천자국인 주나라의 경왕(景王)은, 오랑캐(융적)를 끌어들여 주나라를 위협한, 제후국 진나라 평공(平公)을 꾸짖는다. "내가 백부(伯父)에게 있어서는 마치 옷에 갓이나 면류관을 갖춘 것과 같소. 나무와 물에 뿌리와 근원이 있어야 하듯, 백성에겐 (통치의) 계책을 내는 주인[謀主]이 있어야 하오. 백부께서 만약 갓을 찢고 면류관을 부수고,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으며(拔本塞原]), 계책을 내는 주인을 제 맘대로 버린다면, 비록 오랑캐일지라도 그 어찌 '나 한 사람만'을 남겨두겠소(백부 또한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항렬을 따지자면 진나라 평공은 주나라 경왕의 백부뻘 되는 제후였다. 그는 나라가 강성해지자 배은망덕하게도 오랑캐와 함께 자신을 제후로 임명한 천자국 주나라를 공격해온 것이다. 이에 경왕은 분노하여, 명분을 내세워서 평공을 문책한다. 이때 쓰인 발본색원은 "근본을 망친다"는 부정적인 뜻이다.

다음으로, '물 근원 원(源)' 자를 쓴 경우이다. 이것은 명대 양명(陽明) 왕수인(王守仁, 1472∼1529)의 『전습록』(중) 「답고동교서(答顧東橋書)」 속에 나온다. 즉 왕수인은, 고동교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발본색원론(拔本塞源論)'이란 긴 글을 붙여두었다. 그 이유는, 왕수인이 '성의(誠意: 뜻을 참되게 함)'를 강조한 데 대해 고동교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왕수인은 '성의'가 공자 문하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공부론의 핵심임을 주장하며 - 앞서 설명한 『좌전』의 내용과 달리 - '발본색원'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한다. "사사로운 탐욕의 마음을 뿌리 뽑고, 그 근원을 틀어막아야…한마음으로 소통하는 큰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역사는 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가. 한마디로 '권력욕' 때문이다. 권력은 무슨 짓거리든 하려 한다. 이에 국민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냉정하게 이를 감시해야 한다. 우선 공정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것을 관리할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