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광고주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검색 사이트에 어떻게 하면 상위에 뜨나요?"
키워드를 몇 개 넣고, 어떤 제목을 쓰고, 사진 몇 장을 포스팅 해야 하는지가 광고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마케팅은 한 사람, 정확히는 한 알고리즘의 눈치를 보는 일이었다. 검색 사이트 로직에 맞춰 글을 쓰고, 로직이 좋아하는 사진 개수를 채우고, 로직이 원하는 형식을 따르면 됐다.
올해 들어 이 질서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챗GPT, 퍼플렉시티, 구글의 AI 개요가 이제 사용자의 질문에 직접 답을 만들어 보여준다. 사용자는 더 이상 검색 결과 목록을 클릭하지 않는다. AI가 이미 요약해준 답을 받아들인다. 이제는 완벽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람들은 이 변화를 또 하나의 '기술적 대응'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검색 사이트에 맞추던 방식을 챗GPT에 맞추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착각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알고리즘만 설득하면 됐지만, 이제는 다르다. AI가 어떤 브랜드를 언급하고 추천할지는, 그 브랜드에 대해 인터넷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목소리 예를 들어, 블로그, 뉴스, 리뷰, SNS, 커뮤니티를 종합해서 판단한다. 즉 이제는 한 곳만 잘 보이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 360도 어디를 봐도 같은 메시지가 들려야 하는 시대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이 드러난다. 흩어진 채널에서 일관된 이야기가 나오려면, 결국 그 브랜드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지키는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크닉으로는 이 일관성을 만들 수 없다. 철학만이 만들 수 있다.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을 생각해보자. 이 회사는 수십 년째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철학 하나를 반복해왔다. 브랜드 로고를 지우고, 과대 포장을 걷어내고, 화려한 카피 대신 '꼭 필요한 것만 남긴다'는 태도를 제품과 매장, 광고 전반에 똑같이 적용해왔다.
그 결과 소비자, 언론, 디자인 업계 누구도 무인양품을 이야기할 때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절제, 본질, 군더더기 없음.
누가 무인양품에 대해 이야기하든 결이 똑같다. 이것이 바로 AI가 가장 신뢰하고 가장 자주 인용하는 조건이다. 흩어진 정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결을 지킬 때, AI는 그것을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병의원과 로펌도 다르지 않다. 이번 달엔 이 키워드, 다음 달엔 저 키워드로 흔들리는 콘텐츠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원장이, 대표 변호사가 진짜로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정직한 진료비인지, 환자 편에서만 서는 상담인지 그 하나의 축이 모든 채널에서 반복돼야 한다.
결국, 브랜드가 가진 한 문장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왔다. 코로나, 전쟁과 같은 어떤 변수가 시장에 생기더라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그 한 문장의 시대 말이다. 그 한 문장은 결국 그들만의 철학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AI 시대일수록 급하게 채널을 늘리고 트렌드를 좇는 기업보다, 자기 철학 하나를 붙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기업이 결국 가장 빨리 간다. 비로소 느림이 전략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광고의 새로운 얼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