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같은 지구, 다른 지도

입력 2026-09-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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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익숙한 세계지도에서 그린란드는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프리카가 14배나 더 크다. 1569년 고안된 메르카토르 도법(圖法)이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을 부풀리기 때문이다. 유엔총회가 최근 이를 바로잡자는 결의안을 찬성 164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채택했다. 면적 비교가 중요한 지도에는 2018년 개발된 '이퀄 어스'처럼 등면적(等面積) 도법을 쓰자는 것이다. 유일한 반대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실제보다 지도상에서 크게 그려진 대표적인 나라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면적보다 각도에 장점이 있다. 일정한 방향으로 항해하려면 지도에 직선을 그으면 됐다. 대항해시대에 걸맞은 발명이었다. 면적을 조작(?)하려는 의도는 당연히 없었다.

지도는 원래 천차만별이다. 1154년 이슬람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가 만든 세계지도는 남쪽이 위, 북쪽이 아래다. 1602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서 제작한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는 중국을 중심에 뒀다. 면적을 제대로 그리자는 논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의 아르노 피터스가 1973년 등면적 세계지도를 들고나오자 큰 논쟁이 벌어졌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상대적 면적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륙의 모양은 길쭉하게 찌그러졌다. 면적을 살리면 모양이 망가지고, 모양을 살리면 면적이 틀어진다. 유엔이 권고한 이퀄 어스도 완벽한 지도는 아니다. 면적 비율을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피터스 도법보다 대륙 모양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 장점이다. 그렇다고 거리와 방향, 형태를 모두 정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유엔 결의도 메르카토르를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항공·해상 항법(航法)처럼 각도가 중요한 분야에선 계속 쓸 수 있다. 어느 지도든 무엇인가를 살리려면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認定)하자는 얘기다. 어디를 위에 놓고 무엇을 가운데 둘 것인지에는 인간의 습관과 시선도 끼어든다. 항해사는 방향을 정확히 보기 원하고, 옛사람들은 익숙한 세계를 가운데 놓고 싶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실제 크기대로 보이길 원한다. 같은 지구인데 지도는 늘 달라진다. 지구는 둥글고 종이는 평평한 데다, 인간은 좀처럼 자신을 작게 그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