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평소 공기처럼 존재한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일상 속에서 물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순간, 물은 공기만큼이나 절실하고 생존에 직결된 존재로 다가온다.
구미시민들에게 지난 2011년 5월 발생한 대규모 단수 사태는 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양동이와 빈 물통을 들고 비상급수대를 찾던 발걸음, 아파트 단지마다 소방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초조함, 화장실 변기 물조차 마음대로 내리지 못했던 불편함은 깊은 잔상을 남겼다. 그나마 물탱크도 있고 수도 공급 우선순위였던 학교는 등교한 학생들이 간단히 씻는 곳으로 변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최근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8월 12일 구미 송정동과 형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단수 때문이다. 시는 송정동 신시가압장 일대 노후 송수관로 누수 사고로 당초 5시간가량이면 복구될 것으로 안내했지만, 실제 복구까지는 32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폭염이 이어지던 날 주민들은 물이 언제 다시 나올지 몰라 애를 태웠다. 일부 식당과 상가는 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영업에도 차질을 빚었다. 단순한 불편으로 생각했던 단수가 하루를 넘기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동시에 커졌다.
당시 찾은 형곡2동 행정복지센터의 풍경은 15년 전과 겹쳐 보였다. 식수를 받고 비상 급수팩에 물을 채우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 기약 없이 이어지는 단수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정복지센터마저 단수돼 화장실 이용이 어렵게 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다른 곳에 숙소를 잡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사태가 15년 전과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다. 단수 지역이 일부로 제한적이었고, 각 기관의 지원과 구미시의 급수팩 공급 등 최소한의 긴급 대응은 이뤄졌다.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9월 수도요금을 20% 감면하기로 한 조치 역시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행정의 평가는 '무엇을 준비했느냐'보다 '시민들이 얼마나 불안하지 않게 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단수에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복구 예상 시간이 여러 차례 변경된 것이다. 당초 안내된 시간을 믿고 기다렸지만 복구 시간은 거듭 연장됐고, 그때마다 주민들의 불안과 답답함도 그만큼 커졌다.
신속한 복구만큼이나 '정확한 상황 공유'도 행정의 역할이다. 구미시 출처로 발표된 피해 규모는 언론 보도마다 제각각이었고, 사고 원인과 진행 상황도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언제 복구되는지, 복구가 왜 늦어지는지, 현재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으며 다음 안내는 언제 이루어지는지 등 정작 주민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는 제때 공유되지 못했다. 이는 깜깜이 단수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기도 하다.
수도요금 감면도, 급수팩 지원도 필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커져가는 불안을 덜어주는 행정이다.
이번 단수 사태가 구미시의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는 예방주사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노후 수도시설에 대한 점검 및 관리 강화,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미시의 약속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