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채무가 1천73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0.6%에서 49.0%로 낮아진다. 빚은 300조원 이상 늘어나는데 부채비율은 개선되는 기묘한 상황은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 규모가 커져서 생긴 착시(錯視)다.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는 1천312조원까지 늘어나고, 국가채무 이자비용도 5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보증채무와 주요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잠재적 부담은 1천15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재정지출 구조조정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연금·복지·이자 등 의무 지출은 2030년 전체 재정지출의 절반을 넘어선다. 경기 상황에 대비할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
반도체 호황으로 8월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소비는 위축되고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49%를 근거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고 성장이 둔화해 명목 GDP가 줄면 채무비율은 치솟는다. 세수(稅收)는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하지만 연금·복지·이자 같은 지출은 경기와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구조적인 재정 여력으로 착각하면 불황이 닥쳤을 때 재정은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라는 폭탄을 동시에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06년 이후 매년 공개해 온 적자성 채무 전망을 올해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뺀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다. 국제비교 등 새 자료를 추가했다지만, 재정 위험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를 빼는 것이 국민과 국회의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이 건전하다면 오히려 불편한 지표까지 공개하는 것이 옳다. 낙관론이 위험한 것은 현재의 좋은 숫자가 미래에 닥칠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는 동안 적자성 채무와 이자 부담, 의무지출은 꾸준히 쌓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숫자를 재정 확장 면허(免許)로 삼는다면, 이재명 정부는 성장의 과실을 미래 세대의 빚으로 바꾼 정부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