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오는 10월 1일, 대구지방법원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민사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구조물 인도청구라는 민사소송이다. 국가철도공단은 홍준표 대구시장 시절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자인 공단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동상을 설치했으므로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 일대는 최종 준공 승인이 되면 대구시에 양여되는 공공시설물로 고시되었고, 그동안 대구시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하여 왔으며 다른 시설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었던 공단이 굳이 박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해서만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다"는 입장이다.
2016년 5월 13일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6-260호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2구간 건설사업 실시계획 변경 승인'으로 동대구역 고가교(광장 포함)가 대구시로 이관·양여되는 대체공공시설로 정리가 되었고, 같은 해 9월 대구시와 국가철도공단이 다시 이를 확인했다. 대구시는 2017년 11월 준공식을 거행했고 그 이후로 동대구역 광장을 실질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국가철도공단은 최종 승인과 소유권 이전을 미루었고 급기야 이번 소송에 이른 것이다.
이 사건의 실질은 동상의 존치 여부를 둘러싼 역사와 공공기억의 문제다. 절차적 흠결이라는 형식적 법률 문제로 포장한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산업화를 이끈 지도자라는 평가와 민주주의를 훼손한 권위주의 통치자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박 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공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억의 공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박 전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와 영남대학교, 구미 생가 등에도 설치돼 있다. 수많은 시민과 국내외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공공장소의 동상은 사실상 동대구역이 유일하다. 대구의 상징적 공간에 세워진 이 동상은 특정 지역만의 기념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를 둘러싼 논의를 상징하는 공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만약 이번 소송의 결과로 동상이 철거된다면, 그 영향은 단순히 동대구역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장소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특정 인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억을 형성하는 기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동상 하나의 운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역사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대한민국이 공과의 역사를 마주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동대구역 광장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은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국가철도공단은 지금이라도 이 무익한 소송을 취하하기 바란다. 동대구역 광장의 실질적 관리권이 대구시에 있는데 굳이 이 소송을 계속할 실익이 없다. 설사 대구시의 처사에 다소 절차적인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6억원이라는 큰 자금이 투입된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시민 정서에 반한다.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동상 보전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동대구역 광장이 조성된 경위와 국토부와 대구시 간의 협의사항 및 국토부 고시,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된 경위와 동상이 지닌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해 형식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인 판결을 할 것을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