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교 알리 자한샤히(Ali Jahanshahi)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치매) 초기에 후각 시스템이 가장 먼저 손상되는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DGIST가 16일 밝혔다.
음식 냄새나 꽃향기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 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이른 경고 신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훨씬 전부터 나타나지만, 뇌의 후각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병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pTau)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는 질환이다. 학계는 이 독성 단백질들이 뇌의 다른 부위보다 후각망울(냄새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부위)과 후각피질(냄새 정보를 해석하는 부위)에서 가장 먼저 축적된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뇌의 면역을 책임지는 글리아 세포(신경교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DGIST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정상 인지 기능을 가진 기증자부터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알츠하이머병 환자까지 단계별 사후 뇌 조직을 정밀 분석한 결과, 후각망울과 후각피질 모두에서 질병이 진행될수록 독성 단백질 축적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같은 후각 시스템 안에서도 부위마다 뇌 면역세포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후각피질에서는 '별아교세포'(Astrocyte)가 주도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후각망울에서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중심이 되는 전혀 다른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문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각 시스템이 왜 알츠하이머병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취약한지를 시스템 차원에서 설명하는 중요한 성과"라며, "후각망울과 후각피질에서 확인된 서로 다른 면역세포-병리 네트워크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마커 개발과 부위별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DGIST 뇌과학과 정다혜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문제일 교수와 마스트리히트대 알리 자한샤히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Alzheimer's & Dementia' 2026년 4월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