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모든 선거가 결과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번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은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최종 후보는 박형준 시장으로 결정됐지만, 경선의 성격과 흐름을 바꾼 동력은 필자였다고 감히 주장해본다. 필자는 당의 단수공천 결정까지 마다하고 공개적으로 경선을 요구했다. 꽃가마를 거부하고 스스로 불리한 판을 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침체돼 있던 부산 보수 진영에 긴장과 경쟁을 불어넣었고, 경선은 정책과 비전이 부딪히는 건전한 경쟁의 장으로 전환됐다.
필자는 결과 발표 직후 "제 선거처럼 뛰겠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이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경쟁을 통해 판을 살리고, 패배 이후에는 통합으로 조직을 살리는 선택이었다. 분열에 지친 당원들의 갈증을 풀어줘서일까? 필자의 SNS에는 통큰 원팀 행보에 대한 응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경선이 남긴 의미는 분명하다. 보수 정치가 오랜 기간 잃어버렸던 '경쟁'과 '통합'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복원됐다는 점이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주호영 부의장을 둘러싼 대구의 공천 갈등을 보자. 충돌과 분열, 그리고 그로 인한 내부 소모전은 보수 정치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같은 당 안에서조차 경쟁이 갈등으로, 선택이 분열로 이어지는 정치는 유권자와 당원들에게 피로감만 준다. 유권자와 당원들이 기대하는 것은 내부 권력 다툼이 아니라, 미래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다.
부산 경선을 다시 소환해보자.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되, 그 경쟁을 조직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끌고, 패배 이후에는 선당후사 정신으로 통합이 이뤄졌다. 갈등이 아닌 건강한 긴장으로, 분열이 아닌 통합의 시너지로 바꾸는 정치였다.
같은 보수 정치 안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부산과 대구의 대비는 지금 보수 진영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금 보수 진영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전략이나 구호가 아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전체를 살리려는 결단, 곧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치'다.
정치가 개인의 승패를 넘어 공동체의 방향을 고민하는 영역이라면, 때로는 불리한 선택을 감수하면서도 판을 살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모든 정치적 선택을 미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쟁을 회피하는 정치로는 어떤 진영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패배가 두려워 경쟁을 피하면 조직은 정체되고, 정체된 조직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를 끝까지 지켰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송인배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기소해 유죄를 이끌어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등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냈다. 위기 때마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정면돌파해왔다.
경쟁이 있어야 정책이 살아나고, 경쟁이 있어야 조직이 긴장한다. 그리고 그 경쟁이 통합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치적 에너지가 축적된다. 스스로를 던져 조직을 살리는 정치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보수 정치 재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치는 결국 누가 더 많은 것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큰 감동을 남겼느냐로 평가받는다. 이번 부산 경선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의 보수 정치 참여자들이 과연 '자신을 내려놓을 용기'가 있는가. 필자는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