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적잖은 이들이 트럼프를 싫어하고 무시한다. 미친×처럼 종잡을 수 없고 공격적이며 거만하다는 것이다. 내 판단은 전혀 다르다. 그는 노회함을 넘어서 상대를 이용할 정도로 영리하고 집요하며 용감한데 배짱도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1911년 중국의 개혁가 이종오(李宗吾)는 '지도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며 후흑(厚黑)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트럼프는 백인이지만 후흑의 대가로 본다.
나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몰라도, 미국과 이란 전쟁은 4월 말 이전에 끝난다고 확신한다. 1973년 미 의회가 만든 '전쟁권한 결의안'이 미국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 전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었으니, "실패했다"는 비난을 살 이유가 없다.
필자의 관심은 이 전쟁 후 만들어질 '중동의 질서'에 쏠려 있다.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오만·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의 6개국이 취할 전후(戰後)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반(反)이란 외에도 아랍어를 쓰는 군주국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공화국 건설'이라는 혁명을 수출하는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를 만들었다. 1984년엔 이란식 혁명을 하자는 반체제 세력을 공동으로 막기 위해 'PSF(Peninsula Shield Force)'란 연합군을 만들었는데, 이는 경제협력 기구인 GCC를 정치군사 기구로 확대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GCC가 1990년 회원국인 쿠웨이트가 이라크에 점령당하는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때문에 미국이 만든 다국적군에 참여해 쿠웨이트를 해방시켰다. GCC 회원국 중 가장 작은 나라는 바레인이다. 이러한 바레인이 1995년 쿠웨이트 해방전쟁을 이끈 미국 중부군이 핵심 세력인 미 5함대 사령부를 유치했다. 미군을 주둔시켜 자국을 방어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해 체제 변경(regime change)을 해준 덕분에 이라크발 위협을 덜게 됐다. 그러나 핵 개발을 하는 이란발 위협은 계속 받았다. 동맹을 맺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공동의 적'이 있느냐인데, GCC와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에 주목한 1기 때의 트럼프가 수교를 주선했다. 2020년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
2023년 하마스의 기습을 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자, 이란은 하마스를 후원했다. 때문에 양측은 미사일전에 들어갔는데, 중동에 파견된 미군은 이스라엘을 지켜주는 작전을 하다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해 버렸다. 난제 중의 난제인 이란 핵을 날려버린 것이다. 올해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실세를 제거하고 이란의 해·공군과 방위산업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했다. 이에 대한 응전으로 이란은 GCC 회원국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날렸으나, 이들은 사드와 PAC-3, 천궁-2 등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응전은 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이들이다. 그런데도 GCC는 대응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한국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은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에 매몰돼 있는 이들을 자극해 특정 방향으로 몰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끝내면 이들은 응전하지 않았음에도 불안해질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대량으로 난민이 건너오는 사태도 맞을 수 있다. 이러한 급변사태에 대처하려면 더더욱 미국을 붙잡아야 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전쟁을 끝낸다. 그리고 GCC로 하여금 이스라엘과 같이 이 지역 질서를 규율하는 중동판 NATO를 만들게 하는 유도를 한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NATO, 이란은 중동판 NATO, 중국과 북한은 한국과 일본·대만으로 제어하는 역외(域外)균형전략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에게 미북 대화를 권하고 전작권 환수를 요구하는 것은 헛된 시도가 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