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숨 고르기 중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전쟁이 벌써 한 달을 맞았다. 먼 나라의 얘기지만, 우리 경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전쟁에서 울고 웃는 도시가 생겼다. 두 도시의 양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나는 '억만장자 놀이터'로 불리는 두바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금융·관광 중심지인 두바이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는 낙원이었다. 소득세·양도세·상속세가 모두 0%인 데다 7성급 호텔, 미슐랭 레스토랑, 최첨단 빌딩 등 도시 인프라는 그들을 '왕'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으로 두바이는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도시가 됐다.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드론이 두바이 도심에 떨어지면서 억만장자들의 '엑소더스'(Exodus)로 이어지고 있다. 세금 없고, 도둑 없는 안전한 피난처로 여겼던 이곳에 미사일과 드론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지자 심리적 공포가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두바이 정부는 연일 "방공 시스템이 건재하다"며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한번 금이 간 신뢰를 수선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달 28일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걸프 국가의 주요 공항과 인프라에 드론과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수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두바이를 떠났다. 가디언은 현지 체류 외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외국인들이 믿어 왔던 '두바이 드림'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존립 차원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반대로 이미지가 급상승한 도시가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 바로 경북 구미다. 구미는 중동전쟁 여파로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과 각국 정부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수출을 이끌며 '전자 1번지'로 불리던 구미가 전쟁이라는 글로벌 안보 위기 속에서 'K-방산의 심장부'로 탈바꿈하는 등 도시 브랜드가 완벽히 변했다.
그 중심에는 압도적 가성비와 이번에 실전에서 96%의 요격률을 증명한 K-방공망의 핵심 '천궁-II'가 있다. 이 무기체계의 핵심, 유도탄과 다목적 레이더가 태어난 요람이 바로 구미 국가산업단지이다.
지난 9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서는 구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일이 벌어졌다. 공항 활주로에 짙은 회색의 거대한 수송기가 내렸는데, UAE 국기가 그려진 이 전략 수송기가 대구까지 날아온 이유는 인접한 구미 국가산단에서 생산된 요격 미사일 천궁-II를 싣기 위해서였다. 이란의 공습을 96% 확률로 막아냈다는 '한국판 패트리엇'의 위력에 UAE가 조기에 미사일을 받기 위해 '항공 퀵'을 요청한 것이다. UAE가 우리에게 원유 수천만 배럴을 긴급 공급한 배경이 이것이란 얘기도 있다.
지역민들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탄생한 구미 국가산단이 'K-전자' 산업 부흥을 일으켰듯,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구미가 'K-방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한때 국가 수출의 10.7%를 책임졌던 구미가 2010년대부터 중국의 저가 공세와 휴대폰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침체의 늪을 걸었다"며 "그 위기를 반전시킬 전략이 절실했던 구미에 기회가 왔다. 산업화 초기 노동집약 산업으로 가난한 나라의 젖줄이 됐던 구미가 이제는 세계 최첨단급 무기를 만들면서 'K-방산'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