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정부는 노동시장의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공공부문 단기 근로자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공정수당'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임금이 낮아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공정수당의 핵심 논리는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임금에 가산 수당을 지급하여,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근로자의 경제적 불이익을 정부가 직접 보전해 주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도와 산하기관의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근무 기간에 따라 생활임금을 차등 지급했던 정책을 전국 단위의 모델로 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수당의 구체적인 가산 비율과 시행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공정수당은 기준금액의 8.5%에서 10%를 계약 만료 시 일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지급 비율이 높아진다.
정부는 고용 불안정성을 임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간과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경제에서 임금은 단순한 생계비가 아니라 일의 가치, 숙련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근로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단기 계약직의 낮은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은 대개 낮은 숙련도와 높은 대체 가능성에서 기인하는 시장의 결과물이다. 시장은 가격기구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낮은 임금은 근로자에게 더 높은 숙련도를 쌓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정부가 '불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은 시장의 자정 작용을 멈추게 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정부의 공정수당 추진은 과정의 공정함보다 '결과의 평등'에 집착한 시장 개입이다. 생산성이 아닌 형편에 따른 분배는 공정한 경쟁과 보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이러한 정부개입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치로 흐를 위험이 크다. 이 정책이 지닌 치명적인 함정은 두 가지다. 첫째, 숙련도를 쌓아 기업성장에 기여해 온 장기 근로자보다 단기 근로자에게 불안정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공정'의 가치에 어긋난다. 이는 대다수 성실한 노동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둘째,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원리에 따라, 단기 고용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은 고용을 포기하거나 자동화로 대체하게 된다. 결국 고용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역설적으로 단기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의 역설'을 초래하게 된다.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개입이 노동 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공정은 자유로운 경쟁 속에 존재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가격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특정 권력이나 정치적 의도가 아닌,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해결하는 열쇠 또한 시혜적인 수당 지급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근로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로서 공정은 달콤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은 반드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긴다. 고용 불안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거나 막대한 세금으로 메우는 방식은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국가 경제의 기초를 무너뜨릴 뿐이다. 진정한 공정 임금은 정부의 강제적인 명령이 아니라, 근로자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시장이 내리는 정당한 평가여야 한다.
정부는 '공정'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시장의 신호를 무시한 대가는 돌이키기 어려운 경제적 파국이었다는 역사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공산주의자들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 늘 모호한 문장 뒤에 본심을 숨겨왔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스탈린을 상징하는 돼지 나폴레옹은 말장난에 가까운 논리로 이렇게 말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맹목적인 구호와 허울뿐인 궤변으로 포장된 '가짜 공정'이 우리 사회의 자유와 시장의 활력을 잠식해 들어가는 현실이 참으로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