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중교통 한시 무료화', 유럽에서 효과 검증된 고유가 대응책

입력 2026-03-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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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고공(高空) 행진 장기화 우려에 따라 에너지 절약 및 국민 이동권 마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10달러대까지 치솟았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ℓ(리터)당 2천원 안팎까지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 이어질 경우 배럴당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에 달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등 정책을 발 빠르게 시행했지만 역부족이다. 자가용 자제 및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 독일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 당시 3개월간 전국 대중교통을 월 9유로(1만2천원대)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도입했다. 3개월간 총 5천200만 장이 팔렸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180만t 감소, 물가 상승률 0.7%p 억제,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당분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 이 티켓을 구입했다'고 답한 이용자가 43%에 달했다. 오스트리아도 같은 해 '클리마티켓' 연간 패스를 대폭 할인하며 대중교통 이용률을 끌어올렸다.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제안한 '출퇴근 대중교통 한시 무료화 지원'도 같은 맥락(脈絡)이다.

유류세 보조금 폭이나 대상 등 조정을 통해 대중교통 무료 이용 재원(財源)을 확보하면 예산 부담을 덜 수 있다. 교통 소외 지역 주민에 대한 공유 셔틀 서비스 확대 등 별도의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 현 정부의 포퓰리즘 논란이 없지 않지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유가 급등에 따른 한시적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해선 안 된다. 자가용 이용 억제, 민생 보호,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이다. 나아가 유가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 뒤에도 기존 및 신규 유인책을 통해 장기적인 대중교통 활성화로 이어갈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