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조작 사과합니다"…대만서 무릎 꿇은 한국인, 떡볶이 마케팅이었다

입력 2026-03-12 14: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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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탈락 음모론 활용한 할인 이벤트
논란 커지자 게시물 급히 삭제

떡볶이 프랜차이즈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의 대만 지사는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한국인 사장'이 "한국 대표팀이 고의 삼진, 점수 조작을 했다"며 사과하는 내용의 마케팅을 펼쳤다. 대만 두끼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이후 일부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이 점수를 조작해 대만의 탈락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대만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가 이를 소재로 한 마케팅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의 대만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은 전날 "점수 조작을 해서 미안하다. 한국인 사장이 사과한다"는 문구가 담긴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의 사진 여러 장이 포함됐다. 사진 속 인물은 "우리가 점수를 조작하면 안 됐다", "대인배들은 떡볶이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대만 두끼 측은 게시글에서 한국과 호주의 경기 상황을 언급하며, 한국 타자 문보경이 고의로 삼진을 당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소극적인 플레이에 두끼 사장이 분노했다"는 식의 문구도 덧붙였다.

또 해당 게시물에서는 대만 내 8개 매장에서 12일부터 31일까지 2명이 방문하면 540대만달러에 식사를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도 함께 홍보했다. 이 금액은 대만이 한국을 5-4로 꺾은 경기 결과를 상징하는 의미로 추정된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9일 열린 한국과 호주 경기에서 나왔다. 당시 한국은 9회 초 상황에서 호주를 상대로 앞서고 있었고, 문보경이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일부 대만 팬들은 이 장면을 두고 고의 삼진 의혹을 제기하며 문보경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만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현지 네티즌들은 "스스로 올라가지 못한 결과를 왜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느냐", "국가 망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마케팅 게시물이 공개되자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댓글에는 "한국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혐한 분위기를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양국을 동시에 조롱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대만 이용자들도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이런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두끼 본사는 "해당 게시물은 대만 파트너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며 삭제와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K-푸드 브랜드로서 부적절한 방식이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만 두끼 측도 이후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영상에 등장한 남성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한국의 WBC 8강 진출을 한국인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소재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 했지만 문구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며 야구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문보경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후 인터뷰에서 대만 팬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아쉬웠던 마음 때문일 것"이라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고의 삼진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