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35년, K-치킨의 표준을 세우다③] 치킨을 넘어선 도약, '푸드 테크'와 'K-미식'의 영토 확장

입력 2026-03-10 04:3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교촌의 신무기(新武器), 기술과 발효를 입다

국내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 교촌이 치킨 브랜드라는 견고한 틀을 깨고 '종합 푸드테크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전통적인 본사 역할을 넘어, 첨단 로봇 자동화 설비와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 기술,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 발효 과학을 융합한 다각화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중이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에 대응할 친환경 패키징(펄테크)부터, 글로벌 식탁을 노리는 K-소스(비에이치앤바이오), 지역 상생의 결정체인 전통주와 장류(발효공방), 그리고 프리미엄 수제 맥주(문베어 브루어리)까지. 향후 교촌의 100년 성장 동력을 견인할 4대 핵심 신사업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임재원 펄테크 대표가 충북 충주 첨단산업단지 내 공장 전시실에서 화학 코팅이 전혀 없는 친환경 펄프 몰드(Pulp Mold) 용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펄테크는 기존 치킨 박스와 플라스틱 용기를 완벽히 대체하며, 교촌의 글로벌 ESG 패키징 시장 선점을 이끌 핵심 전초기지다. 조규덕 기자
임재원 펄테크 대표가 충북 충주 첨단산업단지 내 공장 전시실에서 화학 코팅이 전혀 없는 친환경 펄프 몰드(Pulp Mold) 용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펄테크는 기존 치킨 박스와 플라스틱 용기를 완벽히 대체하며, 교촌의 글로벌 ESG 패키징 시장 선점을 이끌 핵심 전초기지다. 조규덕 기자

◆플라스틱의 완벽한 대체, 첨단 패키징 '펄테크'

충북 충주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펄테크 공장은 6천600㎡(약 2천평) 규모로, 3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교촌의 친환경 ESG 전초기지다. 이곳에서는 종이 치킨 박스와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100% 펄프 몰드 친환경 포장재를 연구·생산한다.

화학 접착제나 비닐 코팅 없이 오직 펄프만을 물에 풀어 진공 상태로 성형하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가열해도 환경호르몬 배출이 전혀 없으며 사용 후에는 자연으로 100% 돌아간다.

현재 펄테크는 치킨의 맛과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패키징을 위해 외형 디자인 연구 개발(R&D)에 한창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게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 뿌리'를 형상화해 교촌 특유의 뚝심을 담아내는 안을 검토 중이며, 바닥 면에 정교한 물결(파형) 무늬를 적용해 기름과 부스러기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고이도록 분리하는 방안도 테스트하고 있다.

배달 중에도 공기 순환을 원활히 해 치킨의 바삭함을 유지하려는 과학적 설계다. 여기에 닭 뼈를 버릴 수 있는 별도 수납공간을 두는 등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최적의 용기 모델을 완성해 가고 있다.

펄테크의 경쟁력은 초격차 자동화 생산라인에 있다. 로봇 팔 2대가 30초마다 16개의 금형을 들어 올려 고온 건조기로 옮기며, 1초에 1개꼴로 패키지를 생산한다. 월 450만 개를 찍어내는 이 시스템으로 교촌은 혁신적인 친환경 용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충북 진천에 위치한 소스 전문 스마트 팩토리에서 교촌의 핵심 경쟁력인 파우치 형태의 각종 소스 라인업을 소개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100% 국내산 계약 재배 원료와 결벽에 가까운 위생 관리를 통해 전 세계에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충북 진천에 위치한 소스 전문 스마트 팩토리에서 교촌의 핵심 경쟁력인 파우치 형태의 각종 소스 라인업을 소개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100% 국내산 계약 재배 원료와 결벽에 가까운 위생 관리를 통해 전 세계에 'K-매운맛'을 수출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K-소스의 심장, '비에이치앤바이오'

충북 진천 신척산업단지에 자리한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연면적 9천100㎡(약 2천800평) 규모에 연간 1만2천t의 소스를 쏟아내는 국내 최고 수준의 소스 전문 스마트 팩토리다. 교촌의 정체성인 간장, 레드, 허니 소스를 비롯해 600여 종의 자체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통제 시스템은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 한다. 액상 소스 공장임에도 세균 번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장 바닥에 물기가 한 방울도 없는 '건조식 공장'으로 운영된다. 공장 내부는 외부 기압보다 높은 양압 공조 시스템을 유지해 미세한 먼지나 해충의 유입을 물리적으로 막는다.

국내 소스 공장 최초로 용기 컵을 거꾸로 뒤집어 내부를 진공 흡입하는 공정을 도입했으며, 굵은 채망과 금속 검출기(X-ray)를 거치는 이중 삼중의 여과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특히 농가 상생을 기반으로 한 원재료 조달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추와 마늘 등 주요 원물은 100% 국내산 계약 재배로 수급한다. 장마와 태풍 등 기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충남 청양, 경북 영양, 전남 해남 등으로 재배지를 전국 단위로 나눴다.

단순히 물건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수확량·품질 우수 농가를 포상하며 병해충 대비 농자재 지원 등 파트너십 구축했다. 최근 3년간 청양 홍고추 2천200t, 마늘 610t, 아카시아꿀 250t 등 3천60t 수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우수 사례로 선정됐으며, 할랄 인증 마친 BHN 바이오는 B2B 납품 확대와 세계 6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대표가 프리미엄 탁주
송숙희 발효공방1991 대표가 프리미엄 탁주 '은하수'의 자동화 병입 라인 앞에서 갓 생산된 제품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경북 영양군 100년 양조장 터에서 360년 전통의 '음식디미방' 감향주 레시피를 복원해 낸 이 술은 APEC 공식 후원주로 선정되며 K-전통주의 품격을 입증했다. 조규덕 기자

◆360년 발효 과학의 부활, 영양 '발효공방'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 인근에 터를 잡은 '발효공방'은 교촌이 그리는 전통 미식 문화 복원의 핵심이다. 1926년 정식 법인으로 설립된 유서 깊은 '영양 100년 양조장'의 명맥을 이은 이곳은, 국내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360년 전통의 '감향주(甘香酒)' 레시피를 고스란히 복원해 냈다.

물을 거의 넣지 않아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진한 디저트용 술인 감향주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프리미엄 탁주 '은하수 12도'를 탄생시켰다. 출시 직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고도 탁주 부문 대상을 거머쥐고, APEC 공식 후원주로 선정되며 전통주의 품격을 세계 무대에 입증했다.

탁주와 함께 발효공방을 이끄는 강력한 축은 '구들'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앞세운 장류 사업이다. 발효 시장의 '구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담은 이 브랜드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미네랄이 가득한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영양산 특등품 고추만을 엄선해 프리미엄 고추장과 쌈장을 빚어낸다.

특히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에서 착즙한 계약 재배 청양 홍초즙을 영양산 된장과 황금 비율로 배합한 '땡초 쌈장'은 교촌만의 독보적인 발효 기술이 낳은 걸작이다. 교촌의 투자에 발맞춰 영양군 역시 예산을 투입해 주실마을 일대의 교량과 진입 도로를 대폭 확장하는 등 지자체와 기업의 완벽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발효공방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실마을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고도 제한(8.5m)을 준수해 지하로 파고든 대지면적 1천평 규모의 '스마트 복합 발효 플랫폼'을 완공할 예정이다.

20년 이상 맥주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허정석 문베어 브루어리 공장장이 강원도 고성 공장 내 최신식 양조 설비 앞에서 맥즙을 끓여내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베어 브루어리는 인공 향료를 배제하고 물, 맥아, 홉, 효모만을 사용하는
20년 이상 맥주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허정석 문베어 브루어리 공장장이 강원도 고성 공장 내 최신식 양조 설비 앞에서 맥즙을 끓여내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베어 브루어리는 인공 향료를 배제하고 물, 맥아, 홉, 효모만을 사용하는 '맥주 순수령'을 철저히 고수하며 타협 없는 고품질 수제 맥주를 빚어내고 있다. 조규덕 기자

◆기교보다 기본을 지키는 뚝심, 고성 '문베어 브루어리'

치킨의 영원한 단짝, 맥주의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촌의 집념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3천300평 규모의 '문베어 브루어리' 공장에서 완성된다.

11명 베테랑 직원이 상주하는 이곳은 연간 100만 리터 수제 맥주 생산 능력을 갖췄다. 맥아(보리를 발아시켜 말린 것)를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시스템부터, 섭씨 100도 이상에서 60분간 맥즙을 끓여내는 증발조, 그리고 효모의 회수와 발효에 최적화된 거대한 숙성 탱크들이 늘어서 있다.

국내 수제 맥주 공장에서는 드물게 고가의 '매시 필터(Mash Filter)' 설비를 도입해 맥즙을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짜내는 하이엔드 공정을 가동 중이다.

문베어 브루어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20년 차 브루마스터의 '정통 양조 철학'이다. 최근 주류 시장에 범람하는 인공 과일 향료나 단기적인 믹스 유행을 거부하고, 물, 맥아, 홉, 효모 네 가지 재료만을 엄격하게 사용하는 '맥주 순수령'의 기본기를 철저히 고수한다. 최고급 원재료를 투입해 페일에일·IPA·라거 본연의 맛 구현에 집중한다.

그 결과 영국에서 열린 권위 있는 국제 맥주 대회에서 출품작 4종 모두가 '컨트리 위너(금메달)'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엄격한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교촌의 맥주 라인업은 현재 전국 가맹점을 넘어 최고급 호텔과 프리미엄 골프장 등으로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