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광고를 만들다 보면 원장님들의 공통된 고민이 있다.
"이것도 넣어야 하는데, 저것도 알려야 하는데."
진료과목, 전문의 경력, 최신 장비, 주차 안내, 예약 방법, 이벤트 혜택까지. 알리고 싶은 것들이 줄을 선다.
이해할 수 있다. 병원을 운영하며 쌓아온 것들이 많고, 환자들이 그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그런데 결과는 늘 같다. 텍스트가 많아질수록, 환자는 단 하나의 메시지도 가져가지 못한다.
최근 새롭게 확장을 앞둔 병원의 광고를 맡았다. 사전 미팅에서 원장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텍스트는 최소로 해주세요".
처음엔 의례적인 말씀인 줄 알았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처음엔 "심플하게"라고 하시다가, 시안을 보고 나면 조금씩 덧붙이기 시작하시니까. 그런데 이 원장님은 달랐다.
최종 광고에 들어간 단어는 단 세 개였다.
'NEW, 병원이름, SOON'.
그게 전부였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진료과목도 없었다. 그냥 이 병원이 새롭게 온다는 것, 그것 하나만. 나는 그 선택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탁월함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생각했다.
말하고 싶은 것과 들을 수 있는 것의 사이는 멀다.
광고는 발신자의 매체가 아니다. 수신자의 매체다.
아무리 많은 것을 담아도,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광고는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사람이 하나의 광고에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는 많지 않다. 이미지를 보고,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그 짧은 순간에 열 가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결국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도 많은 광고주들이 텍스트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광고를 '보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들을 다 담으면, 내 역할을 다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광고를 대하는 태도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진료실을 떠올려보자.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선다. 의사가 전공 지식을 총동원해 질환의 발병 기전부터 치료 옵션의 장단점, 예후 통계까지 쏟아낸다면 어떨까. 의사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설명한 것이지만, 환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진료실을 나온다.
좋은 의사는 다르게 한다. 환자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본다. 그리고 그것 하나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나머지는 다음에, 필요할 때, 준비가 됐을 때 이야기한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텍스트를 줄인다는 것은 정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 한 가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나머지는 그다음 단계에서 이야기한다.
세 단어만 남긴 원장님은 아마 환자에게도 그렇게 할 것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능력. 그것이 좋은 의사의 덕목이고, 좋은 광고의 덕목이기도 하다.
내 말을 다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가치 있다.
그들은 보는 사람 중심의 기획안을 통과시켜 주었다.
이것이 내가 그들이 일을 할 때에도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할 것이라 믿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