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흔들리는 이란 전장의 계산

입력 2026-03-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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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지난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중부 베이트셰메시에서 구조대와 군인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맨 위) 이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바레인 미나마 ,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들의 주요 도시에 지난달 28일 전쟁 개시 이후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반격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이날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미나마 도심 건물과 요격된 이란 미사일 파편이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 EPA 로이터 AFP 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중부 베이트셰메시에서 구조대와 군인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맨 위) 이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바레인 미나마 ,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들의 주요 도시에 지난달 28일 전쟁 개시 이후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반격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이날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미나마 도심 건물과 요격된 이란 미사일 파편이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 EPA 로이터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이 공습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이 공습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망과 전면적 공습, 그리고 대규모 지진까지 겹친 현재의 이란 상황은 단순한 군사충돌을 넘어 '체제 지속력'의 시험대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타격으로 방공망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면서 이란은 전략적 수세에 놓였다. 여기에 자연재해인 지진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정부·군대의 삼위일체적 결속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국민·정부·군대의 삼위일체(三位一體)적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전쟁은 군사력의 단순 합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결속, 군사적 역량이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될 수 있다. 현재 이란은 이 세 요소 중 '국민적 결속'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의 전략적 선택: 감정적 보복인가, 계산된 장기전인가

이란 군사력의 중심이자 핵심은 1979년 창설된 약 20만 명 규모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다. 이 조직은 단순한 군이 아니라 이란의 정규군과 분리된 엘리트 군사조직으로 경제·정보·정치 권력을 포괄하는 '국가 내 국가'다. 따라서 혁명수비대의 약화는 곧 신정체제의 약화를 의미한다. 혁명수비대는 최고지도자에게 충성하며 이란의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자의 전략은 명확해야 한다. 적극적 결전, 즉 미국의 군사력을 직접 격파하거나 영토를 점령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는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제한적·상징적 타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역외 미군기지나 외교시설에 대한 비대칭 공격, 드론·미사일을 활용한 국지적 보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정치적 효과를 노릴 수 있으나, 통제되지 않을 경우 확전을 초래한다.

둘째, 철저한 장기전 전략이다. 직접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누적시키고, 지역 대리세력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점증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손자병법의 '다산승 소산불승(多算勝 小算不勝)'과 일맥상통한다. 계산이 많으면 이기고, 계산이 적으면 패한다는 원리다.

문제는 두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경우 전략적 분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감정적 보복은 내부 결속을 단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으나, 수니파 국가들까지 전선에 끌어들이면 장기전의 기반이 약화된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재난 복구 실패는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장기전의 본질은 '시간과 인내'인데, 사회적 피로가 누적되면 체제는 내부에서 균열된다. 따라서 이란의 합리적 선택은 3위일체를 통한 전쟁 지속력 유지이다.

이란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 대규모 확전 자제 및 피해 최소화
② 상대를 피로케 하여 첨단전력 소모와 의지의 점진적 고갈
③ 재난 대응을 통한 국민 결속 회복
④ 해상 교통 봉쇄는 협상 카드로 유지하되 실제 실행은 신중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을 시험하는 계기다. 전쟁과 자연재난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드물다.

◆미국의 선택: 제한전의 유지인가, 체제 압박의 극대화인가

단기전에 의한 '신정체제 와해'인가 장기전에 의한 '이란의 무력화'인가? 미국의 선택지는 더 넓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정밀 타격 사례처럼, 공중·해상 전력과 정보자산을 활용한 혁명수비대에 대한 지휘체제 및 장기전 태세를 교란하고 신정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 이번에 실시한 이스라엘 공군과의 항공기 및 미사일 동시타격처럼 참수·시설 파괴 작전은 가능하다. 그러나 지상군 대규모 투입은 전략적·정치적 부담이 크다. 현재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중동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장기 주둔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미국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① 정밀타격을 통한 이란의 중심 마비(정부, 혁명수비대, 핵시설)
② 심리전에 의한 이란의 결속 이완
③ 신정 체제 와해 압박
④ 경제제재 및 동맹국과 연합 봉쇄로 전쟁 지속력 고갈

핵심은 '지상군 없는 압박'이다. 군사력은 제한적으로 사용하되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통해 체제의 지속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무차별 폭격이나 민간 피해가 확대될 경우, 오히려 이란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강자는 단기 결전을 선호하지만, 장기전에 말려들면 비용이 누적된다.

◆전략적 귀결 : '장기적 소모 및 고갈'이냐 '단기적 중심 마비'냐

결국 승패는 전장의 화력보다 '지속력의 비교'에서 갈린다. '장기적 소모 및 고갈'이냐 '단기적 중심 마비'냐에서 주도권 장악으로 갈린다. 이란이 장기전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전략적 분산을 피할 수 있느냐, 미국이 제한전의 선을 지키면서도 혁명수비대의 기반을 효과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란이 장기전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전략적 분산을 자제한 가운데 상대의 첨단전력을 소모시키고 공격 의지를 고갈시킬 수 있느냐, 미국이 제한전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이란의 정치·군사적 중심을 효과적으로 마비시키고 결속을 이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쟁의 승패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병불둔이리가전(兵不頓而利可全)'이라 했다. "병사들을 지치게 하지 않고도 전쟁의 이익을 온전히 보존한다"는 뜻으로 병력을 소모하지 않고 이익을 온전히 확보하는 것이 최상이다. 미국이 철저한 전략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승산을 확보한 뒤 타격을 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란은 '상징적 저항'을 택할 것인가, '계산된 인내'를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은 신정체제 와해 '체제 전복'인지, 이란의 무력화 '행동 변화 유도'인지 전략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전쟁은 의지의 충돌이지만, 지속력은 계산의 산물이다. 계산을 그르치는 쪽이 먼저 소진될 것이다. '적 무력화'는 적 전투력을 파괴하거나 적 영토를 점령함으로써 달성된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해군 장병들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해군 장병들이 '에픽 퓨리'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를 점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