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도 약으로 쓴다?…'대변 알약' 항암 부작용 확 줄이고 약효 올린다

입력 2026-02-09 23: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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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캡슐 형태로 만든 '대변 알약'을 활용해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런던 헬스사이언스센터 연구소(LHSCRI)와 몬트리올대 병원 연구센터(CRCHUM) 공동 연구진은 폐암, 흑색종,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변 미생물 이식(FMT)의 치료 보조 효과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두 건의 연구 결과는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FMT는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에서 장내 세균을 분리해 캡슐로 만든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FMT 캡슐은 세인트 조지프 헬스케어 런던과 로슨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로슨 연구소의 마이클 실버먼 박사는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치료 반응을 높이는 접근은 신장암 치료에서 거의 시도된 적이 없다"며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성과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먼저 신장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와 FMT 알약을 병용했을 때의 안전성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면역 항암제와 FMT 알약을 함께 투여한 환자들의 3등급 이상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약 5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면역 항암제 단독 요법에서 보고된 수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4등급이나 사망에 이르는 5등급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FMT와 직접 관련된 심각한 독성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FMT 이후 장내 미생물 구성에 의미 있는 변화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폐암과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임상시험에는 각각 20명씩 총 40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FMT를 병용한 폐암 환자의 80%가 면역치료에 반응했으며, 이는 기존 면역치료 단독 반응률인 39~45%보다 높은 수치다. 흑색종 환자 역시 FMT 병용군의 반응률이 75%로, 단독 치료군(50~58%)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FMT를 통해 장내 유해균이 줄고, 면역 반응에 유리한 미생물 환경이 조성된 것이 치료 효과 향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몬트리올대 병원의 아리엘 엘크리프 박사는 "이번 연구는 분변 미생물 이식이 폐암과 흑색종 환자에서 면역치료 효과를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장내 환경을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런던 헬스사이언스센터 연구소의 사만 말레키 연구원도 "신장암 치료에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크지만 심한 부작용으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FMT로 독성을 줄이고 치료 지속률을 높일 수 있다면 임상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