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정은빈] K-프랜차이즈

입력 2026-02-04 15:38:23 수정 2026-02-04 17: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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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빈 경제부 기자
정은빈 경제부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먼저 매수 후보자를 찾기 위해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외국 기업을 포함해 10여 곳이 의향서를 내며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는데, 정작 본입찰에서는 국내 1곳을 제외하고 모조리 발을 뺐다고 한다.

이 기업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목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가맹점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 발의된 탓에 이른바 '백종원 방지법'으로도 불리는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본부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협의를 의무화한 게 개정안 골자다. '오너 리스크' 등으로 인한 손해를 가맹점이 떠안지 않도록 프랜차이즈 본사 책임을 강화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사업자와 업계 종사자 사이에선 가맹사업법 개정 시행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여전한 분위기다. 가맹본부와 점주가 대립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영세·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위축되고, 투자 경색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입장문에서 "복수의 가맹점 사업자 단체가 협의 요청권을 남발하거나 단체 간 과도한 경쟁이 조장되는 등 불필요한 분쟁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영세·중소 브랜드가 대다수인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불필요한 분쟁 양산과 브랜드 성장 정체로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업 입찰이 이뤄지던 시기는 가맹사업법 통과를 앞두고 협의 의무화 가능성이 제기되던 때다. 경기 부진으로 반도체나 에너지 산업과 같이 큰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경영권이 약화하고 책임 소재는 늘어나게 생겼으니 외국인이 투자를 꺼릴 이유로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가맹점 보호 기조가 강하고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 강도가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차액가맹금' 논란도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에게 차액가맹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BBQ, bhc, 버거킹 등 브랜드 20여 곳에서 소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대구경북에 뿌리를 둔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에서도 차액가맹금 분쟁을 겪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붙이는 이윤이다. 법원은 가맹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는 경우 가맹본부와 점주가 이에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가맹사업법 개정 시행부터 차액가맹금까지, 한류 열풍과 함께 'K-푸드'가 주목받으면서 브랜드별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 국내에선 성장 발목을 잡는 소재가 쌓이는 모양새다.

가맹점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 약화가 결국은 소상공인인 점주들 상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맹본부와 점주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상생하도록 이끌 방책이 필요해 보인다. 점주 권익을 강화하되 가맹본부 측에서도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묘안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