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준 서울정치부장
"유 부장, 대구시장(경북도지사) 누가 돼?"
전국 팔도의 베테랑 정치부 기자들이 모인 청와대 춘추관 지역기자실에서 요즘 '안녕하세요'를 대신해서 건네는 인사말이다.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와서 그렇다.
안부 인사지만 '깜냥 테스트'도 겸하기 때문에 일단 숨을 고른다.
"대구시장을 (따로) 뽑기는 한대요?"
짐짓 모르는 척 하면서 요즘 가장 주목 받는 화두(話頭)인 지방 정부 통합 논의로 받아친다.
그러면 질문을 던진 이가 자기 '동네'도 그 문제로 어수선하다면서 이런저런 속 얘기를 쏟아낸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재빨리 지역의 판세를 정리하고 향후 변수까지 짚어본다.
이야기가 제 자리로 돌아오고 나름 준비한 '썰'을 풀려는 순간 기자실의 '일용 엄니'가 끼어든다. "대구와 경북은 종군 기자와 역사 강사 출신으로 정리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관전평을 내놓는다.
여론조사 결과까지 언급하면서 근거를 얹기도 했지만 사실상 '너네 동네는 그렇고 그런 동네가 아니냐!'는 조롱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흥분하면 지는 거라고 하니 백 가지 감정을 삭이며 한마디로 응수한다.
"우리 동네도 할 일 많아요"
'대구, 34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 '경북, 지역소멸위기 최전선' 등등. 해묵은 과제는 여전히 당면 현안이고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새로운 위기까지 돌출하고 있는데 '내 고향'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고 있는 진영 논리가 판을 치면서 대구경북을 특정 정치성향을 대변하는 지역으로만 치부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두고 대구경북을 향해 '2찍이', '독립해라' 등 혐오의 표현도 쏟아진다. 심지어 대구경북 사람들은 하루 종일 정치만 쳐다보는 줄 오해하고 단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대구경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직장을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경제(산업), 교육, 의료, 문화, 환경 인프라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여유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한국말을 쓰면서 삽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생활 정치 영역이다. 진영의 전사(戰士)들에게는 다른 '무대'를 추천한다. 그것이 전사들과 '보수의 심장'을 굳건히 지켜온 시도민이 함께 사는 길이다.
보수의 전사들이 그동안 몸을 뉘었고, 앞으로 뉠 곳이 너무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심장'이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와 휴식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다가올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등 전력 질주가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버텨줄 테니까.
그러려면 이번에는 일상 속 시도민의 행복체감지수를 높여주는 인사가 지방 정부의 수장(首長)이 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을 '열심히 노력하면 먹고 살만하고 자녀들의 미래도 보이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단체장을 맡아야 한다.
특히 '한 2년 쯤 해보니까 이제 지방행정이 무엇인지 감을 좀 잡을 수 있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곤란하다. 연습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즉시 전력감이 절실하다.
진영의 선봉에서 지역을 동원하고 지역을 정치적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사람은 이제 사양한다.
장관을 지낸 한 출향인사는 "사람이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면서 "대구경북이 시도민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