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김종민]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이 흔들리면

입력 2026-02-04 07: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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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현재 우리의 수사기관은 군검찰과 군사경찰을 제외하더라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상설특검, 특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6개다. 금년 10월 검찰이 해체되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검찰을 대신하게 된다.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가 폐지되기 이전에는 검찰과 경찰수사로 이원화되어 있었고 검사가 경찰(일반사법경찰)과 특사경을 통합하여 수사지휘 하는 체제였다. 이것이 78년 간 시행되어 오던 프랑스, 독일 등의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의 기본인데 검찰 해체로 혁명적인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병렬적인 6개 수사기관이 난립할 때 우려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일관된 수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사권의 경합이 일상화되고 정치권력의 '수사기관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결함이다. 일상화된 '특검의 상설화'는 헌법에 근거한 형사사법제도를 무력화시킨다. 내란특검 등 3대 특검에 파견된 검사는 133명이다. 274억원의 예산에 42억8900만원의 특활비도 배정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파견 검사가 2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고 부산지검 전체 검사 수를 뛰어넘는 매머드 특검이다. 3대 특검이 종료되자 마자 '2차 종합특검'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예외가 원칙을 뛰어넘는 기현상은 앞으로 뉴노멀이 될 것 같다.

예산 낭비와 비효율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는 개점휴업 상태의 '예산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21년 출범 후 2025년까지 1068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기소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 1건 당 13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 셈이다. 2026년 공수처 예산은 296억원인데 몇 건이나 기소할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인력의 절반 이상이 특검에 파견되면서 검찰 장기미제는 급증했다. 2025년 9월 현재 3개월 초과 장기미제는 2만 2564건이고, 6개월 초과 미제도 9988건이나 된다. 민생과 직결된 일반수사 대신 정치수사 과몰입이 빚어낸 부작용의 현주소다.

특사경도 문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와 관련해 금융위는 공공기관이 아닌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공권력의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금감원에 대해서만 인지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금감원장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사권은 국가공권력인 사법권이다.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들에게 국가공권력인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는 없다. 금감원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민간인 지위의 다른 유사기관도 봇물처럼 특사경 수사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특사경은 해당 업무의 전문성은 있을지 몰라도 수사의 전문가는 아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고 체포와 압수수색 등 인권 침해가 수반되는 수사실무는 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전문성 부족과 강제수사권 남용을 우려해 프랑스는 특사경의 경우 반드시 일반사법경찰인 경찰과 함께 수사하도록 하고 마약사범을 수사하는 세관사법경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은 3100명인 근로감독관을 2028년까지 1만명 수준으로 증원할 계획인데 과도한 특사경 증원은 '경찰국가화'로 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검사 지휘 체계의 강화, 국가적 차원에서 총량 규제,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등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 인프라인 법과 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제도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완벽한 실패로 끝난 공수처의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검찰을 해체하고 금년 10월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수청이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는 의문이다. 경찰청은 이미 중수청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확신이 지나치면 자신의 결점을 망각하기 쉽다. 정치는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