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외치던 입과 수도권 키우는 손" 정책 엇박자 논란
도심 유휴부지·노후청사 활용 공급에 지역 반발 확산
"수도권 집중은 국가 생존의 위협"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는 불과 엿새 만에 공수표가 됐다. 정부가 서울 도심을 비롯한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쏟아붓기로 하면서 "입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외치고 손으로는 '수도권 비대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3만2천호, 경기 2만8천호, 인천 1천호 등 수도권에만 총 6만호를 공급하는 계획이 담겼다. 공급 시점은 내년부터 착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수도권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등 공공부문 보유 자산을 활용해 주택을 집중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입지에 주택을 배치하고, 노후청사 부지에는 주택과 함께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동시에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공급 규모는 총 487만㎡로, 판교 신도시 두 곳에 맞먹고 여의도의 1.7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구 부총리는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이른 시일 내 추가 발표하겠다"며 수도권 중심의 공급 드라이브를 공식화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 기조가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울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은 집값 때문에 못 살게 됐다", "전국에서 모여드니 집을 새로 짓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정부는 그 '한계'를 깨고 서울 용산, 경기 과천·성남 등 수도권 도심 '금싸라기' 땅에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이 인프라 확충과 인구 유입을 부르고, 이는 다시 수도권 비대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등 국가 전체의 자산을 수도권 주택 공급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 "수도권 거주자를 위해 국가 자산을 편중 사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송원배 빌사부 대표(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대통령의 말은 국가의 방향타와 같다"며 "방향타가 왼쪽과 오른쪽을 동시에 가리키면 배는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은 지방 주도 성장을 기대했던 지역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