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스타링크

입력 2026-01-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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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광케이블로 이어진 인터넷은 국가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국제 인터넷 접속 지점이나 서비스 제공업체의 몇 개 스위치만 내리면 나라 전체를 정보 암흑에 빠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는 이런 공식을 흐트러뜨렸다. 스타링크는 저궤도(低軌道) 위성 수천 기로 이뤄진 통신망을 통해 케이블이나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위성에서 직접 인터넷 신호를 쏘아준다. 접시 모양 소형 안테나만 있으면 국경 밖 하늘을 통해 곧바로 연결된다.

그런데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국경선 위로 떠오른 정보의 길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도 보여준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뒤 간헐적(間歇的)으로 접속이 허용된 짧은 시간에 유혈 진압 당시 영상과 메시지가 퍼져 나왔다. 그러자 당국은 불법 유통된 스타링크 단말기 수만 대를 비활성화했다고 발표했다. 전파를 흩뜨리는 재밍(jamming)이나 가짜 위치·시간 신호를 보내는 스푸핑(spoofing)과 함께 드론을 이용해 가정과 건물 옥상을 직접 수색한 뒤 장비를 압수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전장(戰場)의 '신경망'으로 작동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뒤에도 드론 영상, 포격 좌표, 지휘 명령이 위성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오갔고, 러시아군은 신호 교란과 단말기 확보까지 시도했다. 중국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봉쇄를 택했다. 외부 위성 인터넷을 차단하는 동시에 국가 통제가 가능한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해 '우주 만리방화벽'을 세우고 있다. 위성 통신은 허용하되 데이터 관문(關門)은 국가가 쥐는 방식이다. 위성 인터넷은 자유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군사·안보 변수로 바뀌고 있다.

기술이 국경선을 지웠다고 해서 절대 권력은 바뀌지 않는다. 통제의 위치가 서버실에서 하늘과 옥상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인터넷이 진정한 자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위성의 개수가 아니라 그런 신호를 받아도 안전한 현실이다. 그런데 무고한 시민을 사살해 놓고 총기를 소지한 용의자로 둔갑시키는 미국은 아무리 위성에서 무검열 정보가 쏟아져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